대구지검 서부지청, 다니던 회사 기술 훔치고 빼돌린 임직원ㆍ경쟁사 법인 기소
지역 벤처기업이 10년에 걸쳐 개발한 첨단 생물농약 기술을 빼돌려 경쟁업체로 이직한 간부와 업체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최근 지역 벤처기업 E사가 정부지원금 등 50억여원을 들여 개발한 특허기술 등 영업비밀을 빼돌린 등의 혐의(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로 M사 법인과 이 회사 임직원 A(39), B(43)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7월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최근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 등은 E사가 개발한 기술을 재직 중에 외장하드나 휴대폰카메라로 찍어 M사 측으로 빼돌렸다.
피해업체인 E사에 재직하던 A씨는 2016년 5월 퇴사하면서 E사가 개발한 토양선충 퇴치용 생물농약 원자재 목록과 조성비, 배합비 등의 파일이 저장된 외장하드를 반출한 뒤 경쟁업체임 M사로 옮겼다. 또 같은 해 초 E사의 다른 생물농약의 영업비밀도 휴대폰카메라로 촬영한 뒤 M사로 먼저 옮겨간 남씨에게 넘겼다. B씨는 A씨를 통해 E사의 영업비밀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E사 측은 M사가 A씨 등을 통해 빼돌린 기술로 유사제품을 생산, 실제로 수출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E사 관계자는 “우리가 도둑맞은 기술은 정부지원 연구비 등 총 50여억원을 투입해 10년에 걸쳐 개발한 첨단 생물농약 기술”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농작물에 대해 연간 1,000억 달러의 피해를 주는 뿌리혹선충 등 선충피해를 잔류농약 없이 100% 가까이 해결해 주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밝혔다. 또 “M사 측이 훔쳐간 우리 기술로 제품을 생산해 미국 에이전트를 통해 수백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부를 유출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농업전문가들에 따르면 작은 실처럼 생긴 땅속 선충 중 일부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특히 참외 수박 등 메론류에 대한 피해가 크다. 일반 화학농약으론 효과가 좋지 않아 국내 참외 등 재배농가는 경작지를 몇 년에 한 번 흙을 교체하는 객토를 하거나 특용작물 재배를 중단하고 모를 심고 있다. 이들 선충은 물이나 열에 약해 농약을 치는 것보다 모내기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객토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모내기는 한 해 동안 해당 경작지에서 나오던 특용작물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E사의 제품은 이 같은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특허기술로 통한다.
E사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농약시장은 590억 달러 정도이며, 이 중 90억 달러가 생물농약인제, 아직 생물농약 비중이 낮지만 연간 성장세가 화학농약의 5배 이상이나 되는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이 만연하지만 가해자(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다반사”라며 “뛰어난 기술 하나로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의 개발의지를 꺾는 기술유출 사범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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