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세 번째로 작게 태어난 ‘소망이’
성인도 버거운 치료 이겨내고 건강 찾아
원주세브란스병원 “1% 확률 이겨낸 기적”
“많은 사랑을 받고 태어난 우리 소망이가 세상에 나눔을 실천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정상체중의 10분의 1에 불과했던 여자 신생아가 건강하게 가족의 품에 안겼다. 의료계에선 설 명절을 앞두고 1%의 확률을 이겨낸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출생 당시 몸무게가 370g에 불과해 초극소 저체중(1㎏ 미만)으로 태어난 ‘소망이’가 22일 오후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출생과 동시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진 지 6개월 만이다.
소망이는 지난해 7월27일 엄마 뱃속에서 움직이지 않아 태백에서 원주로 긴급 이송됐다. 당시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한 상태라 판단한 의료진은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이렇게 소망이는 임신 24주만에 신장 25㎝, 몸무게 370g으로 세상에 나왔다.
국내에서 태어난 아기 가운데 세 번째로 작았던 소망이는 몇 차례 위기를 넘겨야 했다. 생후 일주일째 발생한 기흉으로 가슴관을 삽입하고 호흡곤란 증후군이 뒤따라 2개월 이상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언제 쇼크에 빠질 지 모르는 상황이라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할 정도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패혈성 쇼크 등에 따른 항생제 투여는 물론 중증 미숙아 망막증 수술, 전신마취 탈장 수술 등 성인에게도 버거운 치료가 이어졌다. 이렇게 6개월을 버티며 소망이는 건강을 찾아갔다. “현재 체중이 3.5㎏까지 늘었고, 스스로 호흡하며 분유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주치의인 이병국 교수는 “출생 당시 생존가능성이 1%도 안 될 정도였던 소망이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던 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낸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얘기처럼, 의료계에선 400g 미만의 아기가 생존하는 일 자체가 기적 같은 일로 여겨진다. 국내에선 소망이를 비롯해 4명의 아기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소망이 엄마 김성혜씨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집에 간다는 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소망이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원주=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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