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첫 감염자 발생… 뉴욕 증시 일제 하락
우한 여행ㆍ항공편도 취소 물결
일본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에 반중 정서 확대 우려도
중국 우한을 진원지로 한 전염병 ‘우한 폐렴’이 아시아 이웃국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각국 정부는 방역 강화 등 대비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신종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최근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30대 남성인 이 환자는 미국에서의 공식적인 ‘우한 폐렴’ 첫 번째 감염자다. CDC는 미국에서 더 많은 폐렴 환자가 생길 것으로 보고 긴장한 모습이다.
진원지인 중국 외에 확진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한국, 일본, 태국, 대만 등이다. 이 밖에도 지난 21일 호주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했고, 홍콩에서는 우한 폐렴 의심 사례만 20일 기준 106건이 보고됐다.
각국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방역 강화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18일부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포함한 3개 지역 국제공항의 검역을 강화했고 미 국립보건원(NIH)은 21일 우한 폐렴 백신 개발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홍콩 당국도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을 상대로 방역조치를 강화해 우한 직항편으로 홍콩에 들어온 경우 반드시 건강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일본은 21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방침을 확정됐다.
우리 보건당국도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입국자들에 대한 발열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 대책반을 중심으로 설 연휴에도 24시간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시민들의 ‘우한 폐렴’ 공포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바이러스 확산 위험에 우한행 항공편 취소 물결도 잇따르고 있다. 여행업체들도 대응에 나섰다. 알리바바그룹의 플리기와 트립닷컴 등 여행 예약 플랫폼들은 우한 관련 여행 예약을 무료로 취소해주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인천-우한 노선 신규취항을 연기했다. 2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0.5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0.27%), 나스닥 지수(-0.19%) 등 뉴욕증시는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폐렴 감염을 피하기 위해 중국 손님 출입을 거부하는 상점도 등장했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 일본 가나가와현 하코네마치의 한 과자 판매점이 중국인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중국어 안내문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점 주인이 지난 17일 가게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진 안내문에는 “바이러스가 뿌려지는 것이 싫다”며 “중국인은 입점 금지”라고 적혀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인터넷에서는 이 상점의 대응에 반대하는 중국어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폐렴 공포가 반중 정서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발 기류가 있지만 주인은 “물의를 빚을만한 단어는 삼가겠다”면서도 “중국인 출입 금지 방침은 유지할 것”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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