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리가 21일(현지시간)부터 본격화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운영 절차와 일정에서부터 정면충돌하고 있다. 공화당이 이달 내 모든 절차를 끝마치는 속전속결식 운영안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이번 탄핵심판의 흐름을 좌우할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의원 표 확보전에도 전력을 쏟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20일 밤 회람시킨 탄핵심판 운영 결의안에 따르면, 하원은 22일부터 이틀에 걸쳐 24시간 동안 탄핵 이유를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같은 시간만큼 변론 기회를 갖는다. 이후 상원의원들은 16시간 동안 양측에 질문하고, 4시간 동안 증인 소환과 자료 요구 여부를 토론한 뒤 이를 투표로 결정한다. 증인 소환이 없을 경우 상원은 하원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로 탄핵심판을 마무리한다. 이 일정대로면 53석의 공화당이 과반수 투표로 증인 소환 없이 이달 말에 탄핵심판을 끝낼 수 있다. 상원은 21일 회의를 소집해 이 결의안의 채택 여부를 투표할 계획이다.
이 운영안에는 새로운 증인이나 자료 채택 없이 탄핵 절차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백악관과 공화당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또 이 안에 따르면 하원이 제출한 증언을 상원의원들이 참고할 수 있지만 상원의 결정 없이는 증거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하원의 탄핵 절차가 불법적이라며 조기에 거부해야 한다는 백악관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매코넬 원내대표는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규정을 반영해 결의안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5주가 걸렸던 일정에 각종 시간제한을 둬 절차를 대폭 단축시켰고 하원의 증거 자료도 인정하지 않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의 운영안에 대해 “국가적 망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외신들은 공화당 의원 53명의 찬성으로 결의안 통과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증인 채택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추가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다음주 증인 채택 투표가 이번 탄핵심판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증인 채택을 위해 51표를 확보하려면 공화당에서 4명의 이탈표가 필요한데, 미트 롬니를 비롯한 공화당 중도파 3명이 증인 채택에 긍정적이어서 결국 ‘1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은퇴를 앞둔 공화당 원로급 의원들을 집중 설득하고 있다.
민주당이 4명의 이탈표 확보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을 비공개하는 ‘플랜 B’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는 1998년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수사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고 간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가 포함돼 있다.
미 국민들의 여론은 일단 증인 소환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CNN방송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9%가 “새로운 증언을 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증인 소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48%로 반대(44%) 의견을 미세하게 앞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응답은 51%로 반대 의견(45%) 보다 6%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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