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가보니] 
 우한 직행 노선 승객 대상 전수조사… 이동경로 소독 횟수 늘려 
 中노선 모든 게이트 조사 불가능, 공항 밖에서 증상 발현할 수도 
[저작권 한국일보] 인천국제공항공사 시설환경팀 관계자들이 21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2층 도착층. 싱가포르발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탑승구와 입국심사대 사이에 있는 검역대를 빠른 걸음으로 통과했다. 승객 절반 가량은 흰색이나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검색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얼굴, 손 등 외부로 드러난 승객들 피부가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체온이 정상이면 무사 통과다. 반면 열이 포착되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열화상 카메라와 모니터가 검색대 2곳에 설치돼 있었으나 1곳에만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이 배치돼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중국 우한(武漢)시 직행 노선 게이트 앞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추가 배치됐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전날 국내에서도 발생함에 따라 인천공항 검역 수위는 직행 노선을 중심으로 강화된 모습이다. 입국장 등 입국객들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소독살균 횟수도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승객 접촉이 많은 곳은 에탄올 소독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설 연휴를 앞둔 가운데 공항 검역 대응 수준이 미흡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증상이 포착되지 않은 감염자가 있을 경우 공항내 수많은 인파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공항 이용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1일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우한시 직행 노선 승객에 한해 항공기와 연결되는 탑승교(브릿지) 앞 게이트에서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이용한 발열 전수 검사를 하고 있다. 건강 상태 질문서도 우한시 방문자 위주로 제한해 이뤄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도 감염자나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을 제외하고 검역 수위가 평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 다롄(大连)시를 떠나 귀국한 손모(40)씨는 “한국에서 우한 폐렴 환자(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다롄은 (우한시보다) 한참 북쪽에 있어서인지, 현지에서도 평소보다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 검역 체계는 우한시 거주자나 방문자가 중국 다른 도시를 경유해 들어오면 ‘스크리닝(선별)’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국발 노선 비행시간이 짧아 공항에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중국인 방한객도 한해 1,000만명에 달해 촘촘한 검역이 어렵다고 질본 측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국적의 우한시 거주 여성 A(35)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그와 접촉한 승객과 공항 관계자가 44명(9명 출국)에 이르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날 공항에서 만난 마중객 박모(30)씨는 “입국장에 잠깐 머물렀는데도 많은 중국인들을 봤다”라며 “그 중에 증상만 없는 감염자가 있다면 자칫 옮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검역체계를 비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2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검역대에서 검역원들이 중국발 항공기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중국의 설)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 13만명이 방한하고 설 연휴에 인천공항을 통해 하루 최대 22만명이 오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한 폐렴 확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급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설 연휴인 이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103만9,144명, 하루 평균 20만7,829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2월 1~7일) 하루 평균 이용객 20만2,085명보다 2.8%가량 늘어난 규모다. 본격적인 연휴 첫날인 24일에만 22만3,157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춘절 기간인 이달 24~30일 일주일간 지난해(2월 4~10일)보다 약 18.1%(2만명)가 증가한 13만명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중국 노선 모든 게이트에서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까운 도시는 (항공기로) 2시간 거리다 보니, 공항에선 발열 등 증상이 없다가도 지역사회에 가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를 통해 각 의료기관에 우한시 여행 이력 정보(입국자 명단)를 제공해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 경우 의료진이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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