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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위기 난민 지위’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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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위기 난민 지위’ 첫 인정

입력
2020.01.21 18:05
수정
2020.01.21 21: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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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 위기 키리바시 섬 토착민

“강제 송환하면 생명권 침해”

하늘에서 바라본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게티이미지뱅크
하늘에서 바라본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 위기로 정든 터전을 떠난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유엔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기후 난민’의 본국 강제 송환을 불허해야 한다는 뜻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의지가 반영됐다. 당장 구속력은 없지만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기후 이주민(난민 포함) 문제에 각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기후 위기로 임박한 위험에 직면해 피난을 온 사람들을 강제로 본국에 돌려보낼 경우 인권 침해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사실상 난민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는 극단적 상황에서는 인간다운 존엄성을 유지하기 어려워” 난민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결정은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의 토착민 이와네 테이티오타가 2016년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유엔에 진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11만명이 사는 키리바시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수위가 올라가면서 수몰 위험에 처해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 자료를 보면 키리바시는 해안 침식과 담수 오염으로 이르면 2050년쯤 완전히 물에 잠길 전망이다. 테이티오타는 2013년 뉴질랜드 대법원에 첫 기후 난민 지위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유엔에 다시 판단을 요청했다.

물론 유엔 결정으로 테이티오타가 난민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는 “국제사회가 관심을 쏟고 지원하면 키리바시의 위기는 극복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박한 위험’은 아니라는 얘기다. 때문에 이번 판단은 미래의 기후 난민을 위해 세계 각국이 서둘러 온난화 해결에 힘쓰라는 일종의 경고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구온난화로 생명을 위협받는 이들을 보호하게끔 문을 열어준 ‘티핑포인트(급변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인 맥아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교수도 “(기후 위기로 인해) 생명이 위험하거나 비인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난민을 보내지 못하게 하는 최초의 국제법 사례”라고 강조했다.

기후 난민이 도래할 가능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세계은행은 2018년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앞으로 1억4,300만명의 기후 이주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국제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 역시 향후 10년 내 기후 이주민 수를 수천만명으로 예측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모든 국가가 기후 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면서 “각국은 지구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긴급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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