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3일 경기 안양시 '아르테자이' 미계약분 8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3만3,524명이 몰려 평균 4,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부동산업계가 15일 밝혔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전셋집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요즘 부동산 뉴스를 볼 때마다 심란하다. 무순위 청약을 둘러싼 일명 ‘줍줍’ 현상 때문이다. ‘줍고 줍는다’의 줄임말인 줍줍은 청약통장을 굳이 쓰지 않아도 미계약분을 추첨으로 분양 받거나 싸게 매입하는 행위를 일컫는 유행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무순위 청약 아파트가 줍줍 대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무순위 청약이란 당첨 포기 등으로 발생한 잔여 가구의 청약을 받는 제도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19세 이상 성인이면 참여할 수 있으며, 100% 추첨 방식으로 당첨자를 고른다.

일반 주택청약 당첨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지고 있다. 김씨는 “아무리 줍줍이 하늘에 별 따기라 해도, 확률이 사실상 제로(0)인 1순위 청약보다 낫다”며 “현금만 어느정도 있다면 무순위 청약에 계속 도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한다. 저렴하게 내 집을 구할 수 있다는 무주택자의 기대와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거두려는 다주택자의 욕심이 혼재돼 역대급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엔 경쟁률 1만대 1을 넘긴 무순위 청약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인천 부평구 두산위브 더파크는 지난 14일 4가구 무순위 청약 모집에 4만7,626명이 몰려들어 경쟁률 1만1,906대 1을 기록했다. 광주 동구 계림 아이파크 SK뷰는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무순위 청약 37가구 모집에 1만3,950여명이 참여했다. 시공사는 당초 하루만 접수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접속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자 모집 기간을 급히 늘렸다.

무순위 청약 아파트는 투자 가치가 높다. 대부분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과열지역이 아니어서,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전매가 불가하다. 무순위 청약에 당첨만 되면 단기간에 투자비용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닌 다주택자도 줍줍에 참여가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의 풍선 효과로 비규제지역 분양권 가격은 급등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 전용면적 84.82㎡ 분양권은 지난 13일 6억615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4월 공고된 분양가 5억6,000만~5억7,600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9개월만에 최소 3,000만원을 불로소득으로 번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한탕을 노리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지방 줍줍에까지 뛰어들고 있는데, 분명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세태를 바라보는 주택 실수요자는 불만이다. 과열 투자 열기로 입주 기회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청약에 비해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투기과열지구 및 청약과열지역에서 계약 취소된 주택이 20가구 이상일 경우 아파트투유(다음달 3일부터는 청약홈)를 통해 해당 지역 무주택자에게 추첨으로 공급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에 해당하는 주택이 많지 않아, 무순위 청약 대다수는 시공사가 자체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전셋집에서 거주하는 박모(31)씨는 “몇몇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만 무순위 청약 정보가 공유된다”며 “청약홈 등에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옳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1월 주요 무순위 청약 아파트 경쟁률 그래픽 = 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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