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남 창원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BNK썸과 KB스타즈 경기에서 KB 박지수가 BNK 단타스를 앞에 두고 점프슛을 시도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프로농구가 도 넘은 악성 메시지에 멍들고 있다. 남자농구에서 혼혈 선수 및 외국인 선수를 향한 인종 차별 메시지가 쏟아졌다면 여자농구에선 선수의 외모 등을 비하하는 메시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22ㆍKB스타즈)는 20일 밤 늦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울증 초기 증세까지 갔었다”고 털어놨다. 박지수가 울분을 토한 부분은 경기 중 표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다.

198㎝의 큰 키로 전쟁 같은 골 밑에서 고독하게 상대와 부딪치는 박지수는 언제나 상대의 경계 대상이다. 신장이 열세인 상대 팀은 박지수를 거칠게 막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파울이 나오기도 하지만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남자 농구의 ‘전설’ 서장훈 또한 박지수와 같은 과정을 겪은 바 있다.

박지수는 ‘왕관의 무게를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을 되새기며 이겨내려고 했지만 끊이질 않는 악성 메시지에 결국 멘탈이 무너졌다. 20일 부산 BNK전에서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린 박지수는 “어렸을 때부터 표정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저도 인지하고 있다”며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표정이 왜 저러냐’ ‘싸가지가 없다’ 등 매번 그렇게 말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으셨나요”라고 적었다.

박지수 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몸싸움이 이렇게 심한 리그(WKBL)에서 어떻게 웃으며 뛸 수 있을까요, 전쟁에서 웃으며 총 쏘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되물은 뒤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 갔었다. 정말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SNS에 심경을 토로한 배경에 대해선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진짜 그만하고 싶다”며 “그냥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데 이제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2017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입단한 박지수는 2016~17시즌 신인상을 받았고, 2018~19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상(MVP)을 석권했다. 또 여자농구 대표팀의 간판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최근 2시즌 연속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뛰었다.

KB스타즈 관계자는 “구단 차원에서 멘탈 상담 등을 통해 선수들의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박지수의 경우도 상황을 체크해보고 선수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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