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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허가제’ 이어 박원순 “부동산 공유제로 젠트리피케이션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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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허가제’ 이어 박원순 “부동산 공유제로 젠트리피케이션 해소”

입력
2020.01.21 06:09
수정
2020.01.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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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신년 간담회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사인 '플러그 앤 플레이 테크 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사인 '플러그 앤 플레이 테크 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비현실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부동산 국민공유제’에 대한 소신은 확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동산 국민 공유제로 “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부동산의 공공성 확대가 투기를 잠재울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신년사에서 ‘공정한 출발선’을 강조한 박 시장은 20일 시청에서 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도 ‘공존’을 행정 화두로 내세웠다.

박 시장은 부동산 국민 공유제 도입의 중요성에 대해 지난 연말부터 목소리를 냈다. 부동산으로 얻은 이익을 시가 거둬들여 부동산 공유 기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토지나 건물을 사들여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박 시장의 구상이었다. 문제는 재원. 개발부담금 및 부동산 불로소득에선 서울시가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것이 적지 않아 정책의 현실성과 실효성을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지적에도 박 시장은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어렵지만, 가야 할 길로 여겼다. 박 시장은 이날 “투기와 개발 이익 환수는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것”이라며 “이 재원을 공유 기금으로 만들어 공공주택을 짓거나 확보하고, 도심의 상가나 건물을 매입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없애며 기업들에 싼 값으로 공장 용지를 공급하는 게 바로 공유기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유기금 확보를 통한 부동산 공유제 확대가 주거 문제 해결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싱가포르와 오스트리아의 예를 들어 공공주택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전체 주거의 10%에 이르는 40만 가구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늘릴 계획이다. 박 시장은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당장은 소유를 원하는, 분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이 수치를 늘려가면 투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문제뿐 아니라 개발 방향을 둘러싼 잇단 잡음도 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시는 광화문광장 확장을 비롯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을 두고 지난해 비판 여론에 부딪혔다. 박 시장은 “도시라는 것이 한번에 과거의 뉴타운이나 재개발처럼 도시 전체를 지우고 새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도시에는 여러 역사와 생태계와 생명이 있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도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확고한 신념”이라고 말했다. 유산을 유지하면서 공간의 미래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도시 개발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스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 박람회 ‘CES 2020’에 참여했다. CES에 ‘서울관’을 열어서다. 시가 CES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 시티, 서울’을 강조하는 박 시장에게도 CES 참관은 값진 경험이었다. 박 시장은 “내년엔 서울관이 CES의 중심을 차지하도록 하자는 숙제를 (관계자들에게) 냈다”라며 웃었다.

새해부터 CES 참여로 도전에 나선 박 시장 주변엔 요즘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5일 사퇴했다. 강 전 행정1부시장을 비롯해 박양숙 전 정무수석, 김원이 전 정무부시장 등 ‘박원순 사단’이 줄줄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박 시장은 그들을 향한 정치적 지원엔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박 시장은 “사자는 새끼를 낳으면 저 낭떠러지 밑에 떨어뜨려서 알아서 기어 올라오게 한다고 하지 않나”라면서 말을 아꼈다.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 박원순에 대한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박 시장은 정치에 대한 속내를 이날 꺼내진 않았다. 다만 시가 9년 동안 걸어온 길이 곧 자신의 길이라는 간접적인 비유로 여운을 남겼다.

박 시장은 “시는 9년 동안 민주 정부를 준비하며 시간을 보냈다”라며 “지금도 서울시는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그게 마이웨이(My Way)”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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