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부당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인 장충기(66)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부장 이복현)는 20일 장 전 사장을 불러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을 조사했다. 장 전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당시 합병 과정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회계 부정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린 데 이어, 합병 상대 회사인 삼성물산의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정농단 상고심을 선고하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한 뒤 이 같은 의혹에 더욱 힘이 실렸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전실 수뇌부가 잇따라 소환되면서, 관련 수사 역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지난 10일과 17일에도 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소환했다. 장 전 사장에게도 수차례 통보를 했지만 그는 국정농단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17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출석한 장 전 사장에게 직접 소환장을 전달했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장 전 사장은 ‘윗선 지시가 있었느냐’ 등 질문에는 대해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그룹 2인자로 불렸던 최지성(69) 전 미전실장(부회장)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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