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도적인 무시’와는 대조적
강제동원 문제해결엔 입장 변화 없어
日외무장관 7년째 독도영유권 주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6년만에 한국에 대해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 승인 직후였던 지난해 1월 시정연설에선 한일관계에 대한 언급 없이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만 한국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원한 제201차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켜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하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칭할 때 ‘기본적 가치’는 ‘전략적 이익’보다 상위 개념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 판결 이전인 2017년 1월 시정연설 당시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엔 한일관계에 보다 더 무게를 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중국 청두(成都)에서 15개월만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을 의식해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과거 형인 ‘원래’라는 표현과 함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의미하는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거론하면서 지금의 갈등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선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연설에서 “한국 측이 한일 간 최대 과제인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하고 외교당국 간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을 부인하기 위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을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부른다. 모테기 장관은 이어 “다케시마(竹島ㆍ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2014년 이후 일본 외무장관으로는 7년째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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