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빈소 함께 지키는 신동주,동빈...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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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빈소 함께 지키는 신동주,동빈...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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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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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맨 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 왼편에서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치열하게 대립해 온 두 아들도 부친의 영정 사진 앞에선 연신 고개만 숙였다. 1년 3개월만에 부친의 장례식장에서 재회한 두 아들은 별 다른 대화 없이 각자 조문객을 맞이했다. 지난 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지 이틀째인 20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목격된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모습은 그랬다. 4년 전,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진 감정의 골은 여전한 듯 했다.

이날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오전 9시40분쯤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들을 직접 챙겼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7시40분쯤, 신 전 부회장은 8시25분쯤 각각 빈소에 도착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재현 CJ 회장 등도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정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오후 들어서도 형제의 냉랭한 기류는 이어졌다. 점심식사를 각자 했고, 오후 3시부터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입관식과 성복례, 장례 절차 논의 등을 위해 이동할 때도 적당한 거리에서 각자 움직였다. 이동 과정에서 엘리베이터에도 따로 탑승했다. 멀어졌던 두 형제가 전날 함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해 분위기가 기대되기도 했지만, 정작 빈소에선 싸늘한 기운만 흘렀다.

신 전 부회장은 2005년 경영권을 놓고 동생과 다투던 ‘왕자의 난’ 당시 상실했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약 2년 전부터 신 회장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아룰러 공개적으로 화해도 요청했지만 신 회장측에선 “저의가 의심된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아버지의 부재 이후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 복귀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 명예회장의 유언장 유무에 관심이 쏠린다. 두 아들의 화해와 협력을 원했던 아버지 입장에서 그룹 경영과 관련, 마지막 당부가 담긴 유언장이 존재한다면 그 내용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의 재기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계산에서다. 만약 “장남인 신 전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내용의 신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나올 경우, 주주들의 마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신 회장측은 지금까지 알려진 고인의 유언이나 유언장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년 동안 치매를 앓았던 고인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유언을 남겼을 리 없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설령 유언장이 있다 해도 고인의 최근 건강 상태 때문에 법적 효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유언 유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유산도 관심사다. 현재 일본과 한국 롯데에 남겨진 지분을 포함해 신 명예회장의 개인 재산은 약 1조원대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의 세부 지분을 살펴보면 일본 롯데 0.4%, 롯데지주 3.1%, 롯데제과 4.48%, 롯데칠성음료 1.3%, 롯데쇼핑 0.93% 등이다. 신 명예회장의 폐쇄적인 경영 방식을 고려하면 혹시 알려지지 않은 지분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 명예회장의 재산은 현재 법원이 지정한 한정후견인(사단법인 선)이 관리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평소 신 회장은 만약 아버지 유산을 받게 되면 재단 설립과 함께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에게 최악의 시나라오는 고인의 지분이 온전하게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갈 경우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불거질 가능성에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이미 점령한 신 회장의 경영권을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동주(가운데)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9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지분율 28.1%)인 광윤사 지분을 50%+1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의 다른 주요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와 임원지주회(6.0%), 관계사(13.9%) 등이 모두 신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꼽힌다. 이들과 신 회장의 지분율(4.0%)을 합하면 57.9%에 달한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 전 부회장이 우세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어렵단 얘기다. 광윤사와 신 전 부회장 지분(1.6%)을 합치면 29.7%다. 신 전 부회장 측에 유리하도록 일본 주요 주주들의 ‘변심’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2015년부터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선 신 회장이 모두 압승했다.

일부에선 신 전 부회장이 부친 사망을 계기로 한·일 롯데그룹의 각자 경영 카드를 꺼낼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경영진이 신 회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러긴 어려울 것”이라며 “서로 교류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경영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신 명예회장의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발인 후 오전 7시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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