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원정 출산 차단 방안 발표… ‘B 비자’ 승인 요건 강화 거론
원정 출산 의심국가의 임신 여성, 비자 발급 까다로워질 듯
앞으로 임신한 여성들은 미국에서 단기간 체류하는 비자를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규제의 일환으로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지만, 이민자 유입을 차단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표출해왔다. 하지만 헌법적 권리인 ‘출생 시민권’을 폐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 제도의 혜택을 노리는 ‘원정 출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는 “원정 출산과 연관된 국가 안보와 법률 집행의 위험 요인을 다루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라며 “원정 출산 산업에 범죄까지 결부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비자 승인 절차를 강화하는 폭넓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방식은 사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미국을 단기간 방문할 경우 발급하는 ‘B 비자’의 발급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정 출산이 의심될 경우 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국무부 관리들에게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B 비자는 사업 목적의 B-1 비자와 관광 목적의 B-2 비자로 분류되며 180일간 미국 체류가 가능하다. 한국은 미국과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어 B 비자 발급 수요가 적은 편이다. 악시오스는 원정 출산 목적의 미국 입국이 빈발한 국가로 중국ㆍ러시아ㆍ나이지리아 등을 지목하면서 “원정 출산 현황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친(親) 트럼프 정부 성향의 ‘이민연구센터’는 해마다 3만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가 당장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원정 출산에 대한 단속은 갈수록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로마가 하루 아침에 지어지지 않았다”며 “원정 출산이 부적절하고 잘못됐다는 법률적 인식은 아주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원정 출산을 차단하는 첫 걸음으로서 앞으로 다른 나라 국민들이 출생 시민권의 혜택을 입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을 사업 목적으로 방문하는 임신여성 등 출산과 무관한 방문자들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적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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