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검사장 대검 회의 발언에, 직속부하 양석조 10분간 작심 비판
윤석열 자리 비운 사이 소란… “한지붕 두가족 대검, 터질 게 터졌다”
대대적인 검찰 물갈이 인사로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되던 대검찰청에서 파열음이 일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물러난 자리를 메운 신임 대검 간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소를 반대하면서 사실상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방향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를 두고 직속 후배 검사가 사석에서 강력 항의하는 등 대검이 내분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으로 발령받은 심재철(51ㆍ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최근 대검 내부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의 기소에 반대하며 “조 전 장관은 무혐의”라는 발언을 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태에서 내부 의견을 취합하는 자리였다. 심 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과 함께 윤 총장의 오른팔이던 한동훈 반부패 부장의 후임으로 대검 참모진에 합류했다.
검찰 수사팀이 구속영장 기각 이후 불구속 기소로 방향을 정한 상태에서 대검 간부가 불기소 의견을 제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법원도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한 사건이어서, 심 부장의 불기소 의견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없어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죄질이 나쁜 직권남용 범죄를 법원에서 인정한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반발한 뒤 17일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심 부장의 이례적 발언 파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8일 대검 과장급 간부의 상가에서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 심 부장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며 치받는 일종의 ‘항명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상가에 들렀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 연구관은 직속상관인 심 부장의 대검 간부회의 발언을 문제 삼아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왜 무죄인지 설명을 해봐라”면서 10분 넘게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빈소에는 윤 총장도 방문했으며, 윤 총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심 부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조용히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대검에 포진했던 ‘윤석열 사단’이 최근 인사에서 ‘친정부 검사’들로 대거 교체된 뒤 “윤 총장이 대검에 고립됐다”는 관측이 나돌던 터였다. 검사장을 지낸 서초동 개업 변호사는 “심 부장의 반발은 최근 인사에서 전면 배치된 신진 주류의 반격”이라면서 “양 연구관이 직속상관인 심 부장에게 항명한 사건도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직제개편과 검찰 중간간부에 대한 후속 인사가 단행될 경우 검찰 내분이 더욱 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중간 간부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맡았던 수사팀이 후속 인사에서 배제된다면 윤 총장도 가만 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