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라인 재등장, 리용호 대미 외교 실패에 경질한 듯
제재 정면돌파 의지… 리선권, 외교 無경험 軍출신 강경파
북한의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신임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는 리선권.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외교라인이 대폭 물갈이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대미 외교’ 투톱인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해임되고,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와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각각 후임에 임명됐다. 특히 외교 경험이 없는 군 출신 ‘강경파’ 리선권을 외교 수장에 앉힌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최근 평양 주재 외국대사관에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 사실을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발표 단체사진에서 리수용과 리용호가 빠지면서 두 사람 실각설이 제기됐지만 후임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리선권의 외무상 임명은 파격적이고 이례적인 인사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지지부진한 미국과의 핵협상 전략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당분간 내부 힘으로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23일 평양에서 재외공관장회의를 열겠다며 지재룡 주중대사, 김성 유엔대표부 대사 등을 소집한 상태여서 이 회의 후 미국과의 협상 재개 여부 등 대외정책 지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리선권은 군 정찰총국 출신으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조평통 위원장 등을 맡아 대남업무를 주로 해왔다. 정통 외교관 출신에 ‘미국통’으로 불리던 전임 리용호와는 달리 대미 외교 경험은 전무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통일부 출신을 외교부 장관으로 등용한 격”이라고 설명했다.

리선권의 부상은 ‘하노이 노딜’ 이후 경질됐던 ‘김영철 대남라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군 출신에 ‘대남 강경파’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리선권이기 때문이다. 김영철은 2018년부터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등을 끌어냈지만, 하노이 회담 이후 리선권과 함께 경질됐다. 이후 외무성 출신인 리용호, 리수용,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대미외교 주도권을 쥐었는데 이들의 ‘포스트 하노이’ 전략도 결실이 없자 김영철 라인을 부활시킨 셈이다.

북한이 외교라인까지 전격 교체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장기전에 대비해 ‘제재 압박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영변 핵시설 등 핵폐기 카드가 재등장할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핵실험 중단ㆍ유예(모라토리엄) 조치 유지 여부가 북미 협상 재개의 관건으로 꼽힌다.

리선권은 남북군사 및 고위급회담에 등장하며 이름을 주로 알렸다. 그러나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고 핀잔을 주는 등의 막말을 해 수 차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때문에 그의 전면 재등장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다만 지난 7기 5차 전원회의 당시 발표된 인사를 보면 리선권은 북한의 권력 핵심인 정치국에 진입하지 못했다. 따라서 과도기 인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선미후남’으로 대미관계에 주력했지만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고, 이제 자력갱생 버티기 전략으로 가면서 역설적으로는 우리의 도움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면서도 “강경한 과거처럼 갈지, 대남라인 전문성을 살려 우리한테서 원하는 걸 얻으려고 하는 행보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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