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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여성 A씨는 병원에서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고 30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보험금을 청구한 후 이틀 만에 ‘바로 지급 불가’ 통보가 돌아왔다.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대부분 20일 간 입원을 하고 수술은 한 번 밖에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밀 심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A씨는 “이틀 만에 그런 사례를 어떻게 다 찾아볼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요즘에는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입력하면 몇 초 만에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도 AI 바람이 거세다. 고객 자동상담 기능 정도로만 활용되던 AI가 최근에는 계약 심사부터 보험금 지급 여부까지 결정하고 있다. 보험사 인력이 일일이 따져봐야 했던 업무들까지 AI가 담당하게 되면서 고객들 입장에선 좀 더 빠른 시일 안에 청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보험사들은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한화생명이 17일 도입한 ‘클레임 인공지능(AI) 자동심사 시스템’(AI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AI가 진단명과 치료 방법 등 500개가 넘는 팩터(요인) 간 연관관계를 자동으로 분석해 보험금 ‘지급’ ‘불가’ ‘조사’ 같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라 기존 지급심사팀 직원들이 며칠에 걸쳐 내렸던 판단을 AI가 실시간으로 몇 초 만에 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지난 3년간 1,100만 건에 달하는 보험금 청구 데이터로 무려 3만5,000번 이상의 학습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업계에선 AI 활성화가 ‘균등한 심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본사 내 50여 명의 심사인력이 수 백 가지 기준을 일일이 대입해 심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AI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동일한 기준과 방법으로 심사할 수 있어 정교한 보험심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본사에서 보험금 심사를 맡은 직원들이 ‘클레임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보며 업무를 하고 있다. 한화생명 제공

또한 지능화되는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것도 AI의 영역이 되고 있다. ABL생명은 보험 계약 후 사고 경과기간, 청구금액 등 보험사기와 관련성이 있는 800여개 변수를 발굴해 사기 가능성이 있는 보험 청구 건을 걸러내는 작업을 지난해 11월부터 AI에 맡겼다. 삼성화재와 교보생명 등도 보험 가입 단계에서 계약심사 업무에 AI를 적용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일부 단순 업무에 대한 인력 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기존 심사인력들을 난도가 높은 심사 건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AI시스템 도입으로 향후 5년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 증가로 비용이 절감되면 보험금 청구 절차가 간소화되고 보험상품 혜택이 증가하는 등 가입자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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