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총장 측근 핵심자리 장악 이번 인사로 해소… 대다수 검사들은 환영 상황”
검찰의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두고 ‘대학살’이라는 표현까지 거론됐지만 검찰 내부는 예상과 달리 잠잠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검찰 내부망에 사직의 변을 올리자 수백 개 댓글이 뒤따른 것 외에는 ‘검란(檢亂)’이라 부를 만한 움직임도 없다. 검찰총장이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스스로 옷을 벗었던 과거 인사 파동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검찰 물갈이 인사에 이어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수사부서를 대폭 줄이는 직제개편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강한 동요와 반발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도리어 특수통 출신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약진했던 지난해 7월 인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 검사는 “지난해 인사에서 윤 총장이 자기 사람만 중용했다는 불만이 이번 인사를 통해 다소 해소됐다”면서 “윤석열 사단 입장에서 보면 학살이지만 대다수 검사 입장에서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기수와 전공은 불문한 채 특수통 출신의 윤 총장 측근들이 중용된 것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특수통 대신 기획통인 심우정 대검 기획조정실장 및 공안통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옛 공안부장)이 대검 참모에 포함된 것을 두고 외려 전공을 배려한 인사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서초동 변호사는 “윤석열 사단과 비(非)윤석열 검사들이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상황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바로 잡았다”면서 “소수의 윤석열 사단이야 반발할 수 있지만 윤석열 체제에서 혜택을 입지 못했던 대다수 검사들은 도리어 환영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도리어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학습효과’ 또한 검란에 제동을 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검란이 발생할 때마다 되레 조직이기주의라는 비판론이 번지면서 검찰개혁의 명분만 키웠던 게 사실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통과된 상황에서 인사를 구실로 집단항명을 한다면 개혁에 저항한다는 이미지만 부각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이 옅어진 데다 공무원처럼 맡은 사건만 열심히 처리하고 조직 논리에는 무관심한 ‘생활형 검사’들이 늘어난 것도 검란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차장ㆍ부장급 인사에서 편파적 인사가 계속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과거처럼 조직적인 항명 사태가 벌어지기엔 검찰 조직도 많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인해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의 칼이 무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의 인사가 ‘비정상의 정상화’과정이라는 인식이 강한 현실을 감안하면,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에도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나 검란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