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전설’ 유남규(52) 여자 탁구대표팀 감독이 3월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도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갑자기 자진사퇴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는 유 감독이 개인사정으로 사임했다고 밝혔지만 선수단과의 불화에 의한 구설수 때문에 감독직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탁구계에 따르면 갈등을 빚던 일부 선수는 유 감독과 관련된 녹취록을 대한탁구협회 측에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탁구협회는 남녀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린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 단체 예선전을 위해 포르투갈로 출국한 18일 갑작스레 유 감독의 사퇴를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선임됐던 유 감독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협회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유 감독은 12월 말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했고, 협회는 얼마 후 이를 수리했다. 후임은 추교성(49) 금천구청 감독으로 결정됐다. 협회는 3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한체육회에 최종승인을 받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추 감독은 내정자 신분이지만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18일 포르투갈로 출국했다.
탁구계에선 유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선수와의 불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 유 감독이 그간 여자 탁구 선수들에게 ‘무한 경쟁’을 요구해왔고, 세계 랭킹과 상관 없이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선발전에서 상위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희비가 엇갈린 선수가 생겨났고,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지도자는 “훈련장에서 유 감독과 선수 사이에 심한 말이 오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해당 선수는 유 감독과 관련된 녹취록을 대한탁구협회 측에 제출한 상태로 전해졌다.
유 감독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선수들과 소통에 더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협회 입장이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아, (입장 표명 시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 정리가 좀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녹취 파일은 확인 중에 있다”며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어, 사실확인을 거쳐 규정대로 공정하게 양측의 입장을 들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사회와 대한체육회로부터 추 감독 승인이 이뤄지면 사실 확인에 속도를 높여 의혹을 불식시킬 예정이다”라며 “선수와 지도자 모두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녹취록 등과 더불어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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