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佛ㆍ加 전문가들이 분석 도울 것”
이란이 민간 여객기 격추사건의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를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했다. 조사 투명성과 보상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자 한계를 인정하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어떻게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산 레자에이퍼 이란 민간항공부 사고조사 담당자는 18일(현지시간) 현지 타스님통신에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를 이란에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해 증거물을 우크라이나로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프랑스와 미국, 캐나다 전문가들이 블랙박스 분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분석에 실패할 경우 다시 프랑스에 블랙박스를 넘기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블랙박스 분석을 누가 담당하느냐는 사고 직후부터 논란이 있었다. 주요 비행 정보를 담은 블랙박스 분석은 항공기 사고 조사의 핵심이다. 이란은 8일 사고 직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 등을 거론하며 자체 조사 방침을 공언했다. 하지만 피해국들은 이란의 기술력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줄곧 블랙박스 반환을 요구했다. 16일에는 캐나다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스웨덴 영국 등 5개 피해국이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국제조사와 희생자 배상을 압박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여객기 추락이 기계적 결함이 아닌 오인 격추로 드러난데다 사고 원인 규명까지 지지부진하면서 이란은 결국 신뢰 회복을 위해 블랙박스 양도를 택했다. 알렉스 네브 국제앰네스티 캐나다지부 사무총장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는 완전히 독립적이고 투명하며, 포괄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불신하는 국내 분위기도 이란 지도부에 압박이 됐다. 이란인도 82명이나 숨진 데 더해, 정부가 사고 이후 사흘 동안 격추 의혹을 부인하며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자 내부 기류는 반미에서 일거에 반정부 시위로 전환됐다. 알자지라는 “여객기 격추사건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해 벌어진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 이후 남은 불만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제재를 동원한 미국의 이란 옥죄기도 계속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대를 대량 살상한 책임을 물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인사인 하산 샤바르푸르 준장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미 이란 주요 고위 인사들은 미국 입국이 금지된 터라 실효성은 없지만 이란 정부의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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