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프랜차이즈 BBQ에서 경쟁업체로 이직하며 조리 비법 등 내부 정보를 갖고 나와 활용한 혐의로 기소된 직원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조현락 판사는 지난 15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BBQ 일부 지점은 자체 블로그에 반죽 비율, 기름 온도 등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올려놓았다”며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는 (조리법을) 통상 입수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BBQ 해외사업부 소속이던 A씨는 지난 2014년 2월 퇴사하면서 개인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긴 24건의 회사 내부 정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남겨뒀다. A씨는 이듬해 10월 BHC로 이직한 뒤 이 정보를 업무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하드디스크에는 BBQ가 2002년 특허를 출원한 프라이드치킨 조리법과 아시아 각국 사업타당성 검토 자료 등이 담겨 있었다.
재판부는 A씨가 유출한 치킨 조리법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봤다. 애초 예비 가맹점주들을 위해 영업 관련 정보를 다수 공개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A씨가 삭제하지 않은 다른 자료들도 이미 공개된 내용이거나 오류가 있어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퇴직할 당시 사측으로부터 특정 영업자료의 폐기ㆍ반환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 받지 않은 점도 무죄 근거 중 하나였다. 재판부는 “A씨는 BBQ 재직 당시 포괄적 정보보안 서약에 동의했지만 노동자 개인은 어떤 자료가 중요한 자산인지 일일이 판단하기 어렵다”며 어떤 영업비밀을 폐기해야 하는지 특정할 책임은 회사 측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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