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건영 “총선 이기려면 흰고양이ㆍ검은고양이 중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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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건영 “총선 이기려면 흰고양이ㆍ검은고양이 중요치 않아”

입력
2020.0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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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총선은 문재인 정부 성공 가늠자… 靑 출신 막론하고 총동원돼야”

“검찰에 할 말 많지만 참겠다… 해리스 대사, 선 넘어선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상황실장이 17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한 호텔 카페에서 한국일보 정치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번 총선은 국회 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진보 개혁 세력의 국회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대의와 명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전부 출마해야 한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17일 본보 인터뷰에서 4ㆍ15 총선에 뛰어든 배경을 이 같은 말로 설명했다.‘청와대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었다. 윤 전 실장은 2009년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그림자 호위무사’다. ‘입’이 없는 참모였던 그는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 뒤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손발’ 같은 참모였다는 점에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실장은 인터뷰에서 ‘정치’보다 ‘경제’를 말하고 싶어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했는데, 지금도 ‘경제 폭망’(폭삭 망했다)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수치상으로 보면 최근 20년 동안 노무현 정부만큼 경제 성장이 잘 된 적이 없다”며 “세계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도 최선을 다했고, 일자리와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를 나온 지 열흘이 됐다. 청와대에서 듣는 정보와 현장 민심은 좀 다른가.

“청와대가 구중궁궐은 아니다. 정보가 느리다는 건 편견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여론을 접한다. 다만 개별 정책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시장의 인식에 속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령 학생부종합전형 폐지 여론은 청와대와 학부모의 생각이 같을 거다. 다만 학종 폐지를 둘러싼 사교육 경감대책이 어떻게 성과를 내고 시장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아무래도 시장이 빠를 거다. 이런 부분의 갭(차이)을 줄여나가는 게 (청와대의) 목표다.”

-‘진보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노무현 정부 때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했다. 그런데 수치상으로 보면 최근 20년 동안 그때만큼 경제 성장이 잘 된 적이 없다. 현 정부에서도 ‘경제 폭망’(폭삭 망했다) 등 근거 없는 주장이 너무 많다. 오히려 경제 주체를 힘들게 만드는 말이다.”

-경제ㆍ민생이 안 좋다는 평가는 편견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자리 통계가 나올 때마다 ‘고용 참사’라고 했지만, 얼마 전 나온 지난해 일자리 통계를 보면 2018년 보다 30만명 증가했다.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각국 잠정치를 보면 일본 2%, 독일 0.6%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7%다. 우리는 2.0%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나름 선방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체감경기에 있어서 국민의 삶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별개 문제다. 다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 회복 국면이라는 것이다. 반도체ㆍ조선이 연말 계기로 상당히 턴어라운드 했다. 벤처기업 투자액도 작년 처음 4조원을 넘었다. 민생부분도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치매 국가 책임지원, 아동수당 등 포용정책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저평가된 부분이 또 있다면?

“문 대통령은 경제 투어라고 해서 지역을 굉장히 많이 다녔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하나라도 늘릴 수 있는 데가 있다면 다 가겠다’고 했다. 신규 투자가 있는 곳은 대기업, 중소기업, 외국계 가리지 않고 지역도 가리지 않았다. 일자리와 경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상상 초월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상황실장이 17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한 호텔 카페에서 한국일보 정치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놓아주자’고 했는데.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분, 비판하는 분 모두 이제 분열과 갈등이 아니라 통합을 하자는 말이 아닌가 싶다. 법리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국민은 통합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에 천착한 배경은 뭔가.

“검찰개혁이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으로 봐 달라. 어느 기관 한 곳이 미워서 더 하거나 좋아서 덜 한 것은 아니다. 국가정보원,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를 개혁 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헌정사에 드문 법률 개정까지 해 냈다. 이제 자치 경찰제도를 도입해 경찰개혁을 하는 부분까지 뚜벅뚜벅 걸어갈 거다.”

-검찰은 정부의 인사 조치에 크게 반발하는데.

“검찰은 권력기관이고 공권력이다. 수사 결과로 이야기하면 된다. 장관과 대통령에게는 인사권이 있으니 검찰은 인사권을 존중하면 된다.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면 된다. 별 문제 될 것도 없는데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청와대와 검찰이 잇따라 충돌하는 배경은.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

윤 전 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로 돌아가도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 입장을 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임명 후 해임 건의를 했나’라는 본보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노코멘트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적인 관계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절단이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김영철 북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윤 전 실장이 왼팔에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들고 있다. 청와대 제공 연합뉴스

-남북관계의 ‘키맨’으로서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북한에 메신저로 다녀 왔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에 너무 매달린다는 평에 대해선.

“매달리면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반도 전쟁의 위협을 머리 위에 이고 그냥 살 수 있나. 한반도 비핵화는 다른 선택이 없는 ‘외길’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 북한 비핵화 진전을 기대할 수 있나.

“비핵화는 사실 북미가 중심이다. 북미가 앞바퀴고 남북이 뒷바퀴다. 2019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작동이 잘 안됐으니 뒷바퀴인 남북이 다시 끌고 가야 한다. 2020년은 우리가 행동해야 할 시기다.”

-북한에서 화답할까.

“어려운 문제다. 손뼉도 마주쳐야 하는데 (북한이) 잘 안 마주치려고 한다. 그런데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최근 담화에서 ‘남한은 북미 관계의 중재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 괄호 안에 있는 말은 ‘대한민국은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 채널이 열려 있나.

“통일부를 위시한 다양한 채널이 살아 있다고 본다.”

-남북 관계를 치고 나가려 할 때마다 미국이 제동을 걸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이 한 몸이다.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해야 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최근 남북 협력 사업을 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의 주역은 한국이다. 해리스 대사의 말은 지금 시기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 못한 것이다. 대사라면 대사에 맞는 일을 해야 하고, 주재국 대사로서 지켜야 할 선과 영역이 있다. 결론적으로 과하다고 본다. 한미 동맹에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이다. 그런 발언 자체가 한미 동맹의 진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지난해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얘기를 해보자.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들이 너무 많지 않나.

“이번 선거는 국회 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진보개혁 세력이 국회 과반을 꼭 차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좋은 분들이 총 동원돼야 한다. 야권은 이기기 위해 보수통합을 얘기한다. 우리도 대의 명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다 나와줘야 한다.”

-청와대 ‘간판’은 특혜 혹은 낙하산 아닌가.

“중국 말에 흑묘백묘라는 말이 있다. 자유한국당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검은 고양이냐, 흰 고양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민주당은 1년 전부터 공정한 총선 후보 경선 룰을 만들어 왔다. 당이 단호하게 후보를 결정할 것이다.”

-청와대 출신들이 여당에 많이 들어가면 친문 색채가 지나치게 강해지는 것은 아닌가.

“여당에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 인식이) 갈라치기(편 가르기)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목표는 진보 개혁세력의 과반 확보로 촛불정부를 완성하는 것이다. 다 같은 문재인 정부고 민주당이다.”

-국회의원 윤건영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

“개인 윤건영을 뽑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문재인 정권의 성공, 촛불정부의 완성을 위해 민주당에 힘을 달라고 말하고 싶다.”

윤 전 실장은 출마 지역구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지금 당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 구로을 출마가 유력하게 오르내리는 데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윤 전 실장은 “여러 사정에도 청와대를 나왔다. 나온 만큼 잘해야 한다.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출마할 때 덕담을 했나’는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점심을 사 주셨다.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며 웃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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