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 맞은 강제동원문제 해결 위한 日 ‘금요행동’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첫 접촉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 미쓰비시(三菱)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지원모임)’의 금요행동이 17일 500회째를 맞았다. 2007년 7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미쓰비시 중공업 본사와 도쿄 시나가와(品川)역에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해 왔다. 미쓰비시 측과 협상하던 2010~2012년을 제외하면 10년 넘게 이어진 활동이 500회를 맞은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양금덕(91) 할머니를 포함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한국 시민단체 관계자, 일본 히로시마(廣島)ㆍ나가사키(長崎)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도쿄 외무성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光) 외무장관 앞으로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과 피해자 간 자발적 협의와 책임 이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했다.
나고야 지원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信) 공동대표는 “(강제동원 됐던) 10대 소녀가 91세 할머니가 됐다”며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을 인정해 정의와 인권을 회복하고 빨리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 할머니도 아베 총리를 향해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친 뒤 “아베한테 무릎 꿇고 사죄를 받아야 내가 저 세상에 갈 수 있다”며 “귀신이 되더라도 아베를 잡아갈 것”이라고 했다.
금요행동은 인근 마루노우치(丸の内)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도 이어졌다. 이들은 미쓰비시 측에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협의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양 할머니와 다카하시 공동대표,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이날 본사 건물에서 미쓰비시 측 담당자 2명과 만났다. 미쓰비시 측이 피해자를 면담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양 할머니는 면담에서“나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하루 빨리 사죄와 배상, 포괄적 해결을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내 눈물이 강이 되고 그 위에 배가 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쓰비시 측은 “오늘 들은 얘기는 관계 부서에 확실하게 전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하시 대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의 만남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면서 “금요행동이 500회가 된 것도 영향을 준 듯하다”고 했다. 그는 “500회까지 괴로웠다고 한다면 매회가 괴로웠다. 지친 날도 있었다”면서도 “일본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501회, 502회 금요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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