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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선고, 화면에 영어 설명 띄워… 국내 첫 민사 국제재판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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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선고, 화면에 영어 설명 띄워… 국내 첫 민사 국제재판 열려

입력
2020.01.17 18:06
수정
2020.01.17 19:0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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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어권 최초 2018년 첫 도입

손배소 낸 美 기업 일부 승소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 1호 국제재판'의 선고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 1호 국제재판'의 선고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 법정 양 옆에 설치된 6대의 화면엔 ‘2019GaHap(가합)’으로 시작하는 낯선 사건번호와 함께 영어로 소송 개요를 안내하는 문구가 빼곡히 들어찼다. 평소 법정에서의 촬영이 엄격히 금지된 취재진의 방송장비와 카메라는 색다른 공판 모습을 담느라 분주했다.

민사합의63-1부(부장 박원규)는 이날 사법부 전체로는 두 번째, 민사 사건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재판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미국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A사가 우리 중소기업 B사 등을 상대로 낸 상표 사용금지, 제품ㆍ영업자료 폐기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판 판결이다.

국제재판은 기업 간 특허분쟁이 국적을 뛰어넘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외국어를 사용하는 소송 당사자에게도 공정한 재판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2018년 도입됐다. 비영어권에서는 우리나라가 최초다.

국제재판부는 지식재산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외국어 능력을 갖춘 판사들로 구성됐다. 특허법원 제3부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61ㆍ62ㆍ63부가 현재 국제재판부로 지정돼 있다.

국제재판에서는 한국어로 소송을 진행하되 변론은 외국어로도 할 수 있다. 2명의 통역사가 국어는 외국어로, 외국어는 국어로 동시통역을 한다. 방청객들도 수신기로 변론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이번 재판에서도 지난해 9월 한 차례 영어 변론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한국어로 선고했지만 중요한 내용에서는 화면에 영어 설명을 띄웠다. A사의 독자적인 상표권을 인정할 수 있냐는 대목에서였다. 재판부는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영어 수준에 비춰볼 때 비교적 쉬운 단어인 ‘wafer’ ‘sensor’ ‘master’를 나열한 상표는 독립적인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며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B사가 계약을 어기고 A사의 비밀정보를 담은 도표와 그래프를 사용한 점은 인정하고 올해 말까지 해당 자료를 없앨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A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는 없다며 손해배상 등 원고의 나머지 청구도 기각했다.

판결문은 영어로도 작성돼 소송 당사자들에 전달된다. 법원은 영어로만 진행하는 국제재판에 일본어 등 다른 외국어도 도입할 예정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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