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속에 강줄기 바뀌어, 잘못 그린 구글지도에… 180년간 분쟁 이어져
코스타리카-니카라과의 분쟁 지역인 포르티요 섬 일대. 2010년 하버 헤드 호수 근처에 니카라과 군이 군 기지를 지으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ICJ에 올라간 안건은 지난 2015년 코스타리카가 승소하면서 2018년 최종 국경선 및 니카라과가 지불해야 할 배상금이 확정됐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포르티요섬은 남미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사이에 흐르는 산후안강 하류의 작은 섬이다. 이 섬은 19세기 두 나라가 세워진 이래 180년 동안 분쟁에 휩쓸려 왔다. 양국은 원래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중앙아메리카연방을 꾸린 이웃이었지만 1838년 연방이 분열되면서 국경 분쟁이 시작됐다. 두 나라는 20년 뒤 ‘카냐스-헤레스 조약’을 맺어 산후안강 오른쪽 기슭에서 푼타 카스티야의 경계까지를 국경선으로 설정했지만 갈등은 여전했다. 30년이 더 흐른 1888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포르티요섬은 코스타리카에 편입됐다.

분쟁이 재점화한 건 엉뚱하게도 강줄기가 자연적으로 바뀌면서다. 양국 정부가 국경 표지석을 세우기로 한 1896년 느린 유속과 퇴적물의 영향으로 강 하류 줄기가 세 개로 나뉘었다. 그러자 미국이 또 중재를 자처했다. 에드워드 알렉산더 미 장군은 하버 헤드 호수 동쪽의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 산후안강과 처음 만나는 강줄기로 두 나라의 국경선을 획정토록 했다. 축선을 유동적으로 만들어 강물 진로가 변경돼도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끔 묘안을 낸 것이다. 그 결과 포르티요섬은 코스타리카의 영토로 영구 확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100년 뒤 평화가 다시 깨졌다. 이번엔 ‘구글 지도’가 불씨가 됐다. 미 국무부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구글 지도를 보면 국경선이 그간 통용돼 온 것보다 남쪽에 그어져 포르티요섬의 해안가 일부 지역이 니카라과의 영토처럼 보였다. 구글 측은 코스타리카 정부의 항의를 받고 오류를 바로잡았지만 니카라과는 수정 전 지도를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갈등은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다. 에덴 파스토라 니카라과군 사령관은 2010년 포르티요섬 일부가 자국 영토에 속한다고 주장한 뒤 군 상륙을 선언했다. 이후 이 지역 수로를 복구하고 군 기지까지 건설하면서 영유권 확보를 위한 실력행사에 나섰다. 당연히 코스타리카 측은 “주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니카라과 정부는 “이미 우리 영토인데 어떻게 침범할 수 있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다 두 나라가 국경에 무장병력 100여명을 투입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코스타리카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소송을 냈고, ICJ는 2015년 니카라과의 주권 침해를 인정하면서 환경파괴 보상금을 코스타리카에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니카라과는 한 때 항소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ICJ가 2년 뒤 보상금 37만8,890달러(약 4억1,000만원) 지급 명령과 함께 해안 국경선을 확정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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