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가 세금으로 지출한 수습비용 중 1,700억원을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가가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소송 중 첫 승소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 등을 상대로 진행 중인 구상금 소송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이동연)는 17일 정부가 유 전 회장 일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 전 회장과 청해진해운의 책임은 70%, 국가가 25%, 화물 고박(고정) 업무 담당 회사가 5%를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상속인인 세 남매가 1,70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국가는 세월호 수색ㆍ구조활동 및 피해자 배상금 지급 등으로 4,600억여원을 지출했다. 이후 유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지출한 비용을 갚으라는 소송을 냈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4ㆍ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근거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부담하고서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재판부는 숨진 유 전 회장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사건 발생은 물론 손해가 커진 데 주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2013년 1월부터 참사 때까지 180회 이상 화물을 과적하고, 부실 고박한 세월호를 출항시킨 점을 지적하며 “장기간 조직적으로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했고 이는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유 전 회장에 대해선 “세월호 운항 관련 업무집행 지시자라 위법 행위 등을 알 수 있었는데도 감시ㆍ감독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청구한 구상금액 4,213억원 중 3,723억원을 인정했다. 수색 구조를 위한 유류비와 조명탄 비용, 민간 잠수사 인건비, 피해자 배상금과 장례비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국정조사, 세월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운영과 공무원 수당, 추모사업 관련 비용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과 청해진해운이 3,723억원의 70%인 2,606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중 약 1,700억원은 유 전 회장의 상속인인 섬나ㆍ상나ㆍ혁기씨가 3분의 1씩 부담해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먼저 공제된 금액을 뺀 액수다. 정부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에게도 구상금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2014년 7월 그의 상속 포기가 적법했다고 보고 기각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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