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청문회] <9>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당신들은 빈 말로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어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해 말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 출신의 그레타 툰베리(17)를 발표하자 전세계가 들썩였습니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당찬 연설과 활동으로 기성세대의 무책임함을 매섭게 꾸짖으면서 ‘작은 거인’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2018년 8월 툰베리는 학교를 결석하고 매주 금요일마다 스웨덴 의회 앞에서 ‘1인 등교 거부 시위’를 이끌었습니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당국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기 위함이었죠. 그로부터 1년 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존의 항공기 대신 태양광을 활용한 무동력 보트로 대서양을 건너간 툰베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또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리한 계산과 창의적 홍보 말고는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는 툰베리의 외침에 대한 응답이었을까요. 지난해 9월 27일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환경 파업’이 열렸습니다. 특히 툰베리가 직접 참여한 캐나다 몬트리올 집회에는 단일 환경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인 50만명이 몰렸습니다.

그는 이제 국경을 넘어 환경운동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특히 기성세대에 반감이 큰 젊은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툰베리는 어떻게 밀레니얼 사이에서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을까요. 툰베리의 어떤 메시지가 밀레니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걸까요.

그레타 툰베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밀레니얼 가슴 울린 툰베리의 메시지

마이마이=툰베리 말고도 지금까지 많은 환경운동가가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잖아. 그럼에도 툰베리가 밀레니얼 사이에서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주목 받은 이유가 뭘까.

피곤한 칸트(이하 피칸)=우선 툰베리의 호소력 짙은 메시지가 인상 깊었어. 지난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던진 “감히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툰베리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거든. 툰베리는 지난해 1월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불이 났다고 외치지 말고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라’라고 말하기도 했어. 이처럼 툰베리는 단순히 ‘환경이 위험해요’라고 말하기보단 각종 메시지를 통해 ‘환경문제는 우리에게 닥친 실질적인 위험’이란 점을 각인시켰다고 생각해.

숭례문뽀글이(이하 뽀글이)=맞아. 연설하러 가는데 비행기 대신 배를 타고 갔다는 점도 기억에 남아. 이런 작은 행동과 실천이 쌓이다 보니 툰베리 주장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거지.

누헨지니=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크지는 않았지만, 어린 학생이 국제회의장에서 트럼프와 같은 고령의 정치인들을 당당하게 비판한 걸 보면서 신선하게 다가왔어. 분야를 막론하고 청소년 세대가 기성세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등장한 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드니까.

날아라 펭수(이하 날펭)=학생이 학교를 빠지면서 ‘학교 가는 것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고 생각해.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의회 건물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잖아. 툰베리의 행동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지기도 했어.

마이마이=환경문제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에서 툰베리의 메시지는 시의성을 지녔어. 툰베리는 특히 ‘환경오염은 위험해요’라는 단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뛰쳐나와 직접 행동하는 용기를 보여줬어. 그래서 툰베리의 외침이 우리 가슴을 더 울린 것 같아.

◇세대ㆍ국가 넘어 모두의 생존 걸려

마이마이=환경은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잖아. 하지만 세대나 국가에 따라 중요성은 저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것 같아. 이유가 뭘까.

도쎄=‘당사자성’이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닐까. 환경파괴로 피해를 입는 당사자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환경보호에 더 절실해질 수밖에 없잖아. 툰베리는 기후변화 탓에 빙하가 녹고 날씨가 따뜻해지는 곳에 산다고 해. 툰베리를 포함한 우리 세대는 환경파괴로 인한 피해를 직접 체감하는 당사자인 셈이지. 툰베리와 우리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살 날도 많은데 지구가 망가지는 걸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어. 그래서 ‘살려달라’라고 외치는 툰베리의 연설이 더 간절하게 들리는 듯해.

누헨지니=맞아. 그리고 환경파괴로 얻는 경제성과를 세대별로 다르게 체감한 것도 주목해야 해. 어른 세대는 개발을 통한 경제발전이나 삶의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잖아. ‘우물에서 물 뜨다가 종이컵으로 물을 받아 마신다’라는 건 커다란 진보야. 불편함을 경험하다 편리함을 맛본 탓인지 기성 세대는 환경파괴에 조금 더 관대한 게 아닐까. 반면 우리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많은 편의를 누리고 있어. 그렇다 보니 환경파괴로 인한 피해나 불이익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

날펭=국가가 처한 상황도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얼마 전에 ‘비거니즘(채식주의)은 제1세계의 특권이 아닐까’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 일상에서도 햄이나 소시지는 비교적 값싼 반면, 케일 샐러드는 상대적으로 비싸잖아. 제3세계 사람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햄이나 소시지 대신 채식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는 거지.

도쎄=그래서 누군가는 환경보호 운동을 두고 ‘잘 사는 나라의 배부른 소리’라고 비판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동안 환경파괴의 이점과 특권을 누려온 나라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뽀글이=환경 문제의 책임 소재를 미국과 중국 같은 큰 나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미국과 중국이 해야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이야. 하지만 그들과는 별개로 우리대로 해야 할 있다고 생각해. 선진국이 환경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

도쎄=‘기후 불평등’이란 말도 있잖아. 기후 변화나 위기의 영향이 세대나 사는 곳,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는 의미지. 그럼에도 환경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우리 생존과 직결되니까.

[저작권한국일보]세상을 움직인 툰베리의 외침-박구원기자

◇현실성 없다는 비판 넘어 일상을 바꿔야

마이마이=툰베리 주장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사는 사람들도 스웨덴 사람들만큼 부유하길 바란다. 어느 누구도 툰베리에게 현대 사회가 복잡하다는 걸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툰베리가 SNS에서 나눈 설전도 유명하지. 국내외에서 환경 운동가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맥락과 유사해.

도쎄=툰베리는 대안을 제안했다기보다는 ‘다음 세대와 생명을 위해 개발을 멈춰달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해. 대안을 마련하는 건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나 관료가 해야 할 일이지 툰베리가 할 일은 아니지. 메시지만 던진 툰베리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건 부당해.

피칸=우리가 이제껏 저질러온 과오가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어차피 다가올 운명이야. 이제 와서 현실성을 운운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환경운동을 통해 기후 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노력하는 게 올바른 접근이 아닐까.

날펭=맞아. ‘현실성 없다’라는 말 자체가 굉장한 굴레야. 결국 그 굴레에 얽매이면 결국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자는 거잖아. 답답할 따름이야.

피칸=최근에 도입된 ‘종이 빨대’를 보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 플라스틱 빨대가 편하니까 종이 빨대를 도입하자는 정책에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잖아. 하지만 그 간단한 제도 덕분에 지금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고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우리가 조금 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미리 실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날펭=아르헨티나로 여행 간 적이 있어. 당연히 우리나라처럼 비닐봉지가 흔할 줄 알았어. 그런데 상점에서 비닐봉지가 없으니까 가방을 가지고 오라는 거야. 우리는 환경보단 편의성을 우선하는데, 저들은 기본적인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

뽀글이=독일엔 ‘판트’라는 제도가 있어. 음료를 구매할 때 용기 값까지 계산하고 음료를 다 마신 후에 용기를 반납하면 지불했던 용기 값을 돌려 받는 거야. 일종의 보증금 제도라고 할 수 있어. 이 제도를 보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어.

피칸=요즘 배달 앱을 많이 사용하잖아. 언제부턴가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선택공간이 있더라고. 배달 음식을 포장할 때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상황에서 좋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마이마이=맞아. 당장의 불편함을 넘어서면 우리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이 분명 많다고 생각해.

◇남의 이야기에서 ‘우리’ 이야기가 되려면

날펭=지난달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생각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무산됐다고 해.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환경 문제는 ‘남의 이야기’인 것 같아.

도쎄=한달 전 독립평가기관인 저먼 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그리고 기후 관련 국제 비정부기구(NGO) 연대체인 기후행동 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 2020’ 보고서가 기억에 남아. 우리나라가 61개국 중 58위를 기록했어. 석유와 석탄 같은 화력발전 사용을 조절하는 측면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이마이=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소비량이 높았던 게 한국이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야. 재생에너지가 높은 증가율을 보이긴 하지만 기존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아. 친환경 에너지를 현실화할 수 있는 우리만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피칸=맞아. 하지만 아직 한국에선 환경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그들만의 리그’ 정도로 그치는 듯해. 성패를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환경운동이 드물었다고 생각해.

누헨지니=한국에서 환경운동이 더 많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기업의 결단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들 종이 빨대가 불편하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지금은 성공적으로 정착했잖아. 편의점을 자주 이용한 탓인지 방 정리를 하면 플라스틱 일회용품 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와. 환경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물건을 살 때는 어느 정도 구매할 수밖에 없어. 카페와 마트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조금 더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을 모색하면 좋겠어.

도쎄=기업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필요하지만, 결국엔 개인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 기업은 물건을 파는 곳이고, 그 물건을 사는 건 소비자들이잖아. 기업과 개인이 따로 갈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해결책을 모색해야 해.

마이마이=지난해 9월 국내 학생들도 툰베리 주장에 공감하며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어. 500명 정도 규모의 적지 않은 학생들이 모여서 ‘기후 행동, 당장 시작해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어. 툰베리의 메시지가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변화를 유도하는 것 같아.

정리=김민준 인턴기자

참여=노희진, 이미령, 전헤원, 차승윤, 한채영 인턴기자

※밀레니얼들이 열광하거나 주목하는 ‘그들’에겐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인 한국일보 인턴기자들이 밀레니얼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혹은 밀레니얼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둘러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지 방담 형식으로 소개(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밀레니얼들은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숙제로 ‘자소서’를 써 왔지만, 사실 ‘세대소개서’를 쓸 때는 난감합니다. 세대를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니까요. 그저 좋아하는 ‘인물’, 화제가 되는 ‘인물’을 통해 젊은 개개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보고 듣고 느끼는 점을 있는 그대로 담겠습니다.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