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서 “김정은, 시진핑 존경”… 북핵문제 中 역할 기대
미국이 15일(현지시간)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한 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중국과의 공조체제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중국도 한반도 긴장 완화를 바란다는 점에서 대북 상황 관리를 위한 ‘중국 역할론’을 재차 부각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돕고 있다”면서 “합의문에선 볼 수 없지만 중국은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존경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이는 아주 아름다운 체스게임이거나 포커게임”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후 중국 대표단과의 오찬에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서명식 행사장) 안에서 말했듯이 이건 세계 수준의 체스 경기나 포커 경기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동안에는 적극적인 대북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무역 분쟁이 공식 휴전에 들어가면서 중국과의 협력 공간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김 위원장에게 올바른 선택을 촉구한 뒤 “북한 문제는 중국의 개입 없이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중국과의 공조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특히 “(중국은) 북한 비핵화가 중국의 기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1단계 무역합의가 서명식 날짜만 남겨놓은 지난달 말부터 중국 역할론을 서서히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위협이 고조됐던 지난달 20일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무역합의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깝게는 북한의 성탄 도발을 억제해달라고 주문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고, 북한이 ‘연말 시한’을 조용히 넘긴 게 중국ㆍ러시아 등 우군과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 이유다. 미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 기간 북한의 도발 억제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중국과 이해가 맞닿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등 미국과 입장 차이가 크다. 중국의 전폭적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해외파견 북한노동자 송환 등 대북제재를 두고 미중 간 긴장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공조를 체스나 포커 게임에 비유한 것도 각각의 현안 자체만으로도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북 문제와 무역 분쟁이 연계돼 있기까지 해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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