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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로또청약’ 광풍

입력
2020.01.16 18: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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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균 청약경쟁률 115.1대1을 기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견본주택을 둘러 보는 수요자들. 뉴스1
지난해 평균 청약경쟁률 115.1대1을 기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견본주택을 둘러 보는 수요자들. 뉴스1

우리나라에 주택청약제도가 등장한 건 1977년이다. 서울 강남 개발로 한강변에 대단지 반포주공아파트가 들어선 73년 이래 아파트 투자 열기도 점차 고조되던 시기다. 아파트 공급은 늘 수요보다 적었다. 게다가 77년부터 모든 아파트에 적용된 가격 규제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시세보다 훨씬 저렴했다. 일례로 당시 일괄 적용된 아파트 분양가 상한선은 평당 55만원(김형순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으로, 25평 아파트 한 채 분양가가 1,375만원에 불과했다.

□ 청약제도는 아파트 분양에 수요자들이 몰리자 공정한 ‘배분’을 위해 도입됐다. 그해 공공주택에 먼저 적용된 뒤, 이듬해 민영주택까지 확대됐다. 초기엔 청약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1가구 1주택 원칙에 따라 가족 있는 무주택 세대주가 국민주택청약부금, 또는 청약예금에 가입해 일정 기간 일정액을 납입하면 공공ㆍ민영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었다. 전매 금지 조항 같은 건 없었고, 1순위 자격자 중 추첨에 6번 이상 떨어지면 0순위 우선당첨권을 주기도 했다.

□ 하지만 분양시장이 과열되면서 당첨권 전매나 0순위 통장 불법거래가 성행하는 등 허점이 나타났다. 결국 83년부터 0순위 통장제도가 폐지되고, 투기과열지구 채권입찰제나 재당첨 규제 강화책이 시행됐다. 90년대에는 당첨 전력자나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는 모두 1순위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청약자 수를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 따라 분양세대의 20배로 제한하는 ‘20 배수제’도 시행됐다. 반면 99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분양 열기가 가라앉자 청약통장 1세대 1계좌 원칙이 폐지되는 등 규제가 일부 완화되기도 했다.

□ 2007년부터는 청약 1순위 보유자 중에서도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각각 점수를 매겨 총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에 혜택을 주는 ‘주택청약가점제’가 시행됐다.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안 그래도 과열된 분양시장에 불이 붙으며 청약 경쟁률과 청약가점이 연일 고공행진이다. 최근 경기 안양시 ‘아르테자이’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8,498대 1까지 치솟고, 서울 강남의 분양 아파트 청약가점은 만점(84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한다. 부동산 규제 틈새를 겨냥한 아파트 ‘로또 청약’ 광풍이 절정에 달한 듯 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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