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 고척돔에서 내한공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 덕
20^30대 예매율이 70% 넘어
“세상에 프레디 머큐리는 단 한 명뿐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내 우상이었고 가수이자 퍼포머, 음악인으로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실력과 아우라가 있다.”
1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수 애덤 렘버트(38)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8, 19일 열리는 그룹 퀸의 두 번째 내한공연에 참여하는 보컬리스트다. 이제 전설적인 록스타와 비교되는 것쯤은 충분히 익숙해졌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2011년부터 퀸 공연에 합류, 브라이언 메이(73ㆍ기타), 로저 테일러(71ㆍ드럼)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좋은 평가를 받아온 터라 자신감도 넘친다.
◇램버트 “프레디 머큐리 부담 털었다”
그는 “10년 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머큐리와 비교가 될 것이고 부정적 반응이 뒤따를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흉내 내거나 따라하기 보다 음악적 해석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좋아졌다”며 “평생 존경해온 분들과 공연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어서 매순간 즐기면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1년 머큐리의 사망 이후 ‘목소리’를 잃은 퀸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일 것이다. 메이는 “머큐리와 램버트는 개성이 다르지만 협력하며 발전해나가는 그룹으로서의 생활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영화 덕에 20대 비중이 40% 차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램버트와 메이, 테일러가 지난해 7월부터 이어오고 있는 ‘랩소디 투어’ 중 일부다. 램버트와 퀸의 국내 공연은 2014년 여름 대규모 뮤직 페스티벌 ‘슈퍼소닉’ 헤드라이너 출연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사실 젊은 피를 수혈했을 당시 성사된 퀸의 첫 내한 공연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8년 말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국내에서 1,000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모으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20, 30대 젊은 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 록 밴드 중 하나로 퀸이 떠오른 것이다.
이번 공연장을 채우는 관객도 주로 20, 30대가 될 전망이다. 공연을 주최하는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번 공연 예매 시작 이틀 만에 4만5,000여석 가운데 95% 정도가 팔렸는데 예매자 가운데 20대 비중이 무려 40%를 차지했고 30대도 33.8%에 달했다. 퀸이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걸 감안하면 이레적인 현상이다.
퀸 멤버들도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메이는 “한국에서도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공항에 도착했을 때 어린 팬들이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질렀는데 젊은 팬의 함성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고 왕족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테일러도 “영화 개봉 이후 관객 연령이 낮아졌다”며 “한국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는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금은 은퇴한 베이시스트 존 디콘과 둘이서 1984년 앨범 홍보 차 잠시 한국에 들러 TV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그는 “그때와 비교하면 서울이 정말 많이 변했는데 이렇게 빨리 변하는 도시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K팝의 미래, 우리도 궁금하다
이번 투어는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듯 영화의 감흥을 최대한 다시 느낄 수 있도록 주요 히트곡 위주로 펼쳐진다. ‘섬보디 투 러브’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크레이지 리틀 싱 콜드 러브’ ‘라디오 가가’ 등이 이어지다 ‘보헤미안 랩소디’로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칠순에 접어든 두 멤버의 체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메이는 “운동과 채식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했고, 테일러는 “드럼을 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된다”며 껄껄 웃었다.
아버지와 아들뻘인 나이 차 때문인지 K팝을 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미국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인 램버트는 “K팝의 시각적인 면에서 감동을 받고 영감과 아이디어도 얻는다”고 했다. 메이는 “우리 어릴 땐 록이 전부였고 이후 사람들이 록이 죽었다고 했지만 나이 들면서 함께 성숙해갔다”며 “K팝이 팬들과 함께 어떤 변화를 겪을지 그 미래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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