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표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의 KT는 ‘젊고 빠른’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원 수를 줄이고 1970년대생(50세 이하)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복수 사장 체계’를 갖춤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보다 민첩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여러 부서로 나눠져 있던 부서는 ‘고객’과 ‘5G’, ‘준법경영’이라는 세 가지 단어를 중심으로 통합됐다.
KT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고경영자(CEO)가 될 예정으로, 이번 조직 개편은 ‘디지털 혁신’을 내세운 구 사장의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임원 22.5%가 ‘50세 이하’… 젊은 조직 만들기에 중점
이번 임원 인사는 ‘젊고 빠른’ 조직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올해 KT의 임원 수는 전년 대비 약 12% 줄어든 98명으로, 2016년 이후 4년 만에 임원 수가 두 자리 숫자로 축소됐다. 특히 전무 이상 고위직이 기존 35명에서 25명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신규 임원(상무)이 된 21명 중 27%를 50세 이하로 구성했다. 임원 평균 연령은 지난해 52.9세에서 올해 52.1세로 줄어들었다. KT 측은 “젊고 민첩한 실무형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KT 신임 대표 선출전에서 구 사장과 막판까지 경쟁했던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박 사장은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통합한 기업부문장을 맡게 된다. 이로써 KT는 구 사장과 박 사장으로 이루어진 ‘복수 사장 체계’를 갖추게 됐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보다 민첩한 대응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비즈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봉균(48)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첫 1970년대생 전무가 탄생했다. KT 관계자는 “단순히 고연령 임원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성과와 역량을 인정받은 인재를 중용한다는 인사 원칙으로 구성원들의 성취 동기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직개편 키워드는 고객ㆍAIㆍ준법경영
KT는 △고객 △인공지능(AI) △준법경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부서를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먼저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에는 기존에 영업과 상품ㆍ서비스 개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이 통합돼 구성됐다. ‘고객 중심’은 구 사장이 13일 과학기술ㆍ정보방송통신 신년회에서 직접 언급한 키워드인 만큼,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기존 커스터머&미디어 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합쳐 ‘커스터머(Customer) 부문’으로 신설했다. 신설된 커스터머 부문은 5G와 기가인터넷을 중심으로 유무선 사업과 인터넷(IP)TV, 가상현실(VR) 등 소비자고객(B2C)을 전담하는 미디어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ㆍ서비스 개발과 영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기업고객(B2B)과 글로벌고객(B2G) 담당 부서는 통합돼 ‘기업 부문’으로 재편됐고, 영업과 네트워크로 나눠져 있던 11개 지역고객본부와 6개 네트워크운용본부는 6개 광역본부로 합쳐 고객 서비스와 기술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DX)을 이끄는 부서로 KT는 AI/DX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AI/DX융합사업부문장인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로서 KT의 디지털 혁신을 책임지는 전홍범 부사장을 보임했다. 전 부사장은 디지털 사업모델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와 협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서는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를 선임할 예정이다. CCO는 경영 전반과 사업 추진에서 적법성과 제반 규정 준수를 선도해 준법경영의 수준을 글로벌 기업 기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에는 비상설로 운영하던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상설로 전환한다. KT 관계자는 “새로운 CEO를 맞아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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