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강원농업기술원장 “기후변화 대응 전략 제시”
국립종자원 품평 최우수 평가 ‘오륜감자’ 보급 본격화
“수제맥주ㆍ농촌 치유프로그램으로 농가소득 늘릴 것”
강원지역 농촌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원도내 농가소득은 연간 3,754만4,000원(2018년 기준)으로 전국 대비 89% 수준에 불과하다.
급속한 고령화로 60대가 젊은이 취급을 받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전통적인 영농기법과의 작별을 강요한다. 고소득 특화작물 발굴, 재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비단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 농업현장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이에 대해 최종태 강원농업기술원장은 “기후변화와 국내외 시장 동향을 살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이어 “지리적 특성을 감안, 여름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 동안 여름 무, 배추를 재배하던 해발 400~600m 준고랭지 밭에서 사과와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는 등 전략 작물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실제 여름이면 잦은 폭염으로 상추 등 생육이 좋지 않아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많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준고랭지는 한여름에도 채소와 과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기후변화로 강원도내 준고랭지에서도 배추 재배가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처방임은 물론 경쟁력 있는 여름 작물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고 무, 배추 등 고랭지 채소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해발 600m 이상에선 생산체계를 유지, 고랭지에서도 재배 작물을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원장은 올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종자를 보급하는 게 농업연구기관의 역할”이란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최근 세계는 ‘종자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강화됨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중국 등이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쌀과 딸기, 옥수수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 종자의 경쟁력은 약한 편이란 게 냉정한 평가다.
최 원장과 강원농업기술원은 ‘골드씨드 프로젝트(GPC)’에 참여해 종자전쟁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이 품목별 종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금보다 비싼 종자’ 개발과 보급이 목표다. 신약개발과 비교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최 원장이 올해 주목하는 품종은 백합과 옥수수다. 백합의 경우 세계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네덜란드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쿤밍(昆明) 업체와 손을 잡고 연말까지 100만구 수출 등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른바 ‘오리엔탈 백합’이다. “아시아권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 품종으로 화훼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품종인 옥수수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자색 품종으로 식ㆍ의약품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팝콘용은 연말까지 해외 품종을 대체하는 자급화가 목표다. 국립종자원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오륜감자 보급도 본격화한다.
최 원장은 또 “토종 종균을 활용한 발효식품 등 틈새시장 개척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가운데 올해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강원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수제맥주다. 기술원은 지난해 누룩에서 수제맥주에 적합한 토종효모 2종(AFY-6~7)을 찾아내 특허를 출원했다. 가격이 수입효모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라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는 “토종효모와 오륜쌀, 홍천사과 등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수제맥주를 개발, 종균 국산화와 수입대체 효과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강원지역 내 양조장과 다양한 맛을 지닌 수제맥주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친 도시민에게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업이다. 특히 지난해 소방관들을 농촌 치유마을로 초청해 스트레스를 측정한 결과 저항도가 평균 90.38점에서 95.34점으로 증가하는 등 이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다. 올해는 이런 농촌 치유마을을 36곳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최 원장의 계획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