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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파워인물] “자색 옥수수ㆍ오리엔탈 백합 등 특화작물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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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파워인물] “자색 옥수수ㆍ오리엔탈 백합 등 특화작물 기대하세요”

입력
2020.01.16 15:00
수정
2020.01.16 16:25
0 0

최종태 강원농업기술원장 “기후변화 대응 전략 제시”

국립종자원 품평 최우수 평가 ‘오륜감자’ 보급 본격화

“수제맥주ㆍ농촌 치유프로그램으로 농가소득 늘릴 것”

최종태 강원농업기술원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오리엔탈 백합 등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강원농업기술원 제공
최종태 강원농업기술원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오리엔탈 백합 등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올해 계획을 밝혔다. 강원농업기술원 제공

강원지역 농촌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원도내 농가소득은 연간 3,754만4,000원(2018년 기준)으로 전국 대비 89% 수준에 불과하다.

급속한 고령화로 60대가 젊은이 취급을 받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 여기에 기후변화는 전통적인 영농기법과의 작별을 강요한다. 고소득 특화작물 발굴, 재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비단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 농업현장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이에 대해 최종태 강원농업기술원장은 “기후변화와 국내외 시장 동향을 살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이어 “지리적 특성을 감안, 여름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 동안 여름 무, 배추를 재배하던 해발 400~600m 준고랭지 밭에서 사과와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는 등 전략 작물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실제 여름이면 잦은 폭염으로 상추 등 생육이 좋지 않아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많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준고랭지는 한여름에도 채소와 과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기후변화로 강원도내 준고랭지에서도 배추 재배가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처방임은 물론 경쟁력 있는 여름 작물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그렇다고 무, 배추 등 고랭지 채소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해발 600m 이상에선 생산체계를 유지, 고랭지에서도 재배 작물을 차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원장은 올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종자를 보급하는 게 농업연구기관의 역할”이란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최근 세계는 ‘종자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강화됨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중국 등이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쌀과 딸기, 옥수수 등 일부를 제외하면 국내 종자의 경쟁력은 약한 편이란 게 냉정한 평가다.

최 원장과 강원농업기술원은 ‘골드씨드 프로젝트(GPC)’에 참여해 종자전쟁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프로젝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이 품목별 종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금보다 비싼 종자’ 개발과 보급이 목표다. 신약개발과 비교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최종태(왼쪽 두 번째) 강원농업기술원장이 지난해 8월 강원 영월군에서 열린 품평회를 찾아 옥수수 가공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강원농업기술원 제공
최종태(왼쪽 두 번째) 강원농업기술원장이 지난해 8월 강원 영월군에서 열린 품평회를 찾아 옥수수 가공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강원농업기술원 제공

최 원장이 올해 주목하는 품종은 백합과 옥수수다. 백합의 경우 세계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네덜란드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쿤밍(昆明) 업체와 손을 잡고 연말까지 100만구 수출 등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른바 ‘오리엔탈 백합’이다. “아시아권의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 품종으로 화훼시장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품종인 옥수수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자색 품종으로 식ㆍ의약품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팝콘용은 연말까지 해외 품종을 대체하는 자급화가 목표다. 국립종자원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오륜감자 보급도 본격화한다.

최 원장은 또 “토종 종균을 활용한 발효식품 등 틈새시장 개척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가운데 올해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강원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수제맥주다. 기술원은 지난해 누룩에서 수제맥주에 적합한 토종효모 2종(AFY-6~7)을 찾아내 특허를 출원했다. 가격이 수입효모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라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는 “토종효모와 오륜쌀, 홍천사과 등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수제맥주를 개발, 종균 국산화와 수입대체 효과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강원지역 내 양조장과 다양한 맛을 지닌 수제맥주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친 도시민에게 치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업이다. 특히 지난해 소방관들을 농촌 치유마을로 초청해 스트레스를 측정한 결과 저항도가 평균 90.38점에서 95.34점으로 증가하는 등 이 사업의 효과가 입증됐다. 올해는 이런 농촌 치유마을을 36곳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최 원장의 계획이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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