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2017년 정부가 가상화폐 과열 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한 긴급대책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공개변론을 통해 결정한다.
헌재는 1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정희찬 변호사 등이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2년1개월 만이다.
2017년 말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너도나도 가상화폐에 뛰어들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이에 정부는 그 해 12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및 가상화폐 취급 업소 폐쇄 등을 논의했으며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가상화폐 거래에서 가상계좌를 활용할 수 없게 됐고, 본인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사이에만 입출금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또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서 미성년자 계좌 개설,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ㆍ매입ㆍ담보취득ㆍ지분투자 등도 금지했다.
이러자 가상화폐 가격은 즉각 폭락했으며 투자자와 거래소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해 12월 30일 정 변호사 등 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책으로 인해서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정 변호사는 “정부 대책에 따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 개인회원을 위한 가상계좌 개설을 금지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고 회원들은 가상계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한순간에 금지당했다”며 “정부 대책은 헌법상 평등권ㆍ행복추구권ㆍ재산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산권 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헌법소원 청구 자격을 얻기 위해 비트코인에 3,000원을 투자했다가 정부 조치 후 150원을 손실을 봤다.
이 사건의 쟁점은 당시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 계좌 신규 제공을 중단토록 하고, 거래 실명제를 시행토록 하는 등의 정부 대처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공개변론에는 위헌을 주장하는 청구인 측의 입장을 대변할 참고인으로 장우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가, 합헌을 위한 참고인으로는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이 각각 참석할 예정이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암호화폐의 본질, 금융당국의 규제대상 여부, 은행들의 실명제 자발적 동참 여부 등을 다뤄 위헌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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