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게임’이 믿고 보는 배우 이성민, 고수, 심은경과 함께 강렬한 ‘금융 스캔들’의 시작을 알렸다.
tvN ‘머니게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최악의 금융 스캔들 속에서 국가적 비극을 막으려는 이들의 숨 가쁜 사투와 첨예한 신념의 대립을 그린 드라마다.
지난 15일 첫 방송 된 ‘머니게임’에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한민국 경제 시장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금융 위원장’의 자리를 향해 질주하는 허재(이성민)과,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뜻하지 않게 이를 돕게 된 채이헌(고수), 지방대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기획재정부에 입성한 이혜준(심은경)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채이헌은 국정 감사장에서 고상호 금융위원장의 무능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압박 속 자신의 소신이 담긴 답변을 하는 돌발 행동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현 금융위원장의 무능을 증명하는 꼴이 됐고, 이로 인해 금융위부위원장이자 야욕을 숨기고 있던 허재가 강력한 차기 위원장으로 떠오르게 됐다. 허재는 곧바로 채이헌을 소환해 자신이 위원장이 될 경우 자신과 함께 손을 잡고 대한민국 경제를 개혁해 보자는 제안을 건넸고, 채이헌은 허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편, 신임 기재부 사무관으로 채용된 이혜준은 공무원 연수에서 만난 허재와 의견 충돌을 겪고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첫 만남을 가졌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채이헌의 아버지이자 국내 최고의 경제학자 채병학(정동환)이 허재가 주장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금융 위원장 지명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 그려졌다. 채병학은 정책세미나에서 허재의 정책을 맹렬하게 비판한 데 이어 집으로 돌아와 ‘허재는 금융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내용으로 청와대에 전할 장문의 글을 작성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허재가 눈치챘고, 채병학이 자신과의 만남을 거절하자 다음 날 아침 홀로 등산에 나선 채병학의 뒤를 밟았다.
채병학을 만난 허재는 “이번에는 훼방 놓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채병학이 이를 거절하고 “자격이 안 된다”고 자신을 비판하자 몸싸움을 벌이다 허재를 절벽에서 밀어 살해했다. IMF, 대한민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념 대립 등 묵직한 주제들이 다뤄졌지만 인물들 간의 세밀한 감정선과 관계들이 더해지며 지루할 틈 없이 긴장감 넘치는 첫 방송이 완성됐다.
앞서 지난 주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김상호 감독은 ‘머니게임’ 첫 방송 관전 포인트로 ‘세 주연 배우들의 연기’를 꼽았던 바, 김 감독의 자신감 어린 말대로 이날 방송에서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이성민, 고수, 심은경의 압도적인 연기력이었다.
먼저,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성민은 완벽한 금융위부위원장 ‘허재’ 그 자체였다. “부담 속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그의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력으로 첫 방송을 압도한 것이다. 그는 국가의 경제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조정, 운영돼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 속 예기치 않은 살인까지 저지르며 자신이 그리는 목표점을 향해 달려 나가는 허재의 모습을 그리며 안방극장에 소름을 유발했다. 특히 첫 방송 마지막 장면이었던 채병학(정동환)과의 대립 및 살인 신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고수 역시 국정감사 현장에서 자신의 소신이 담긴 답변을 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이로 인해 야욕을 갖고 금융 위원장으로 거듭나려던 허재(이성민)과 뜻밖에 인연을 맺게 되는 금융위 금융정책국 과장 채이헌 역으로 강렬한 등장을 알렸다. 특히 채이헌이 첫 방송에서 자신의 발언 덕분에 금융 위원장을 눈앞에 두게 된 허재로부터 ‘라인 입성’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한 가운데, 그의 아버지 채병학이 허재의 손에 사망하는 충격 엔딩을 맞이하며 이들간의 이야기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5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를 알린 심은경 역시 첫 방송부터 이성민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믿고 보는 연기력’을 입증했다. 또 ‘흙수저의 기적’으로 불리며 기획재정부에 입성했지만 학벌로 인한 노골적인 차별을 받으면서도 기죽지 않고 정면 돌파 하는 기재부 국제금융국 사무관 이혜준의 모습을 차분하면서도 현실적인 감정선으로 그려내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당초 ‘머니게임’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그 동안 국내드라마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전문적인 금융 부처들의 등장을 알리며 진입장벽에 대한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금융 스캔들’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강렬한 서막이 이제 막 올랐다. 과연, tvN의 새해 첫 장르물로 도전장을 던진 ‘머니게임’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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