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계약은 지난달 말에 끝났지만 직원 8명 모두 지난 2일부터 사무실에 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센터에 남아 근로자들을 계속 돕고 싶으니까요.”
직원들의 ‘출근투쟁’을 설명하는 박인숙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대행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폐쇄위기에 놓였던 센터가 다시 문을 열게 됐지만, 직원들은 일터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광주시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 2011년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산업재해예방사업을 해왔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요양보호사, 환경미화원 등 지난 한 해 센터를 찾은 근로자는 8,846명. 이처럼 지역 근로자의 산재예방역할을 톡톡히 해온 센터는 그러나 지난해 해산 선언을 했다. 센터를 위탁 운영해 온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10월 ‘위탁 포기’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수탁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난달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을 새 운영기관으로 선정하면서 센터는 전화위복을 맞이하는 듯 했다. 센터가 재개소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민간위탁으로 반복됐던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공공위탁을 통해 개선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고용승계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공공기관 채용 원칙에 따라 전 직원이 공개 채용에 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 측은 나아가 향후 채용할 직원의 근로조건을 1년 계약에 연봉 약 2,400만원으로 책정했다. 많게는 9년에서 적게는 2년 이상 근로자건강관리를 해온 직원들의 기존 연봉보다 1,000만원 적은 수준이다.
센터 직원들은 “민간위탁 때보다 못한 처지가 됐다”며 호소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달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책 추진 과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위탁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수탁기관이 고용유지 노력 및 고용 승계를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와 공단은 채용 공정성 탓에 민간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산업보건과 관계자는 “공개채용을 한 뒤 당장은 1년 계약만 하지만 향후 사업 확대에 따라 재고용이 되고 호봉도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근무경력이 서류 심사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직원들은 공단의 방침이 바뀌기 어렵다고 보고 공채에 응하기로 15일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전원 채용이 보장되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광주 센터가 겪는 고용불안 문제는 경기남부ㆍ충남근로자건강센터 등 다른 지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센터가 안전보건공단의 위탁사업으로 운영되는 탓에 생기는 근본적 불안이다. 수도권지역 한 센터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42)씨는 “처우는 불안한데 사명감으로 버텨야 하니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근로자건강)센터는 비선호직장”이라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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