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737맥스의 잇단 사고와 운항 금지 여파로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문량 급감으로 세계 최대 항공사 타이틀을 유럽 에어버스에 내줬다. 에어버스가 항공기 인도 실적에서 보잉을 추월한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보잉의 지난해 전체 항공기 신규 주문은 246대로 2003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해 취소된 주문 건만 87대에 이른다. 항공기 인도 물량도 380대로 14년 만에 최저였다. 에어버스의 인도물량 86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보잉은 737맥스가 기체결함으로 잇단 추락사고를 내면서 전체 여객기의 주문과 인도가 급감했다.
보잉은 737맥스 기종이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두 차례 추락 사고로 모두 34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낸 뒤 미국을 비롯한 40여개 국에서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보잉은 맥스737 기종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위기를 맞은 보잉은 최고경영자(CEO)도 교체했다. 지난달 데니스 뮬렌버그가 사임한 자리에 이달 13일 데이비드 캘훈 보잉 이사회 의장이 후임으로 취임했다
추락 사고가 있기 전까지 737맥스는 보잉이 만든 비행기 중 가장 잘 팔리는 비행기였다. 737 맥스가 미 연방항공청(FAA)의 안전한 서비스 복귀를 승인 받으면 보잉사는 재고로 쌓여 있는 400대에 가까운 항공기를 인도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제트기의 개별 검사가 필요하고 항공사들이 주문한 모든 항공기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외신의 전망이다.
지난 2년간 중국 항공사들의 보잉기 주문이 거의 없었던 점도 보잉의 경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으면서 그 동안 전체 주문의 25%를 차지하던 중국의 수요가 전무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1차 무역합의가 타결된 만큼 보잉은 신규 주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1차 미중 무역합의문에 약속된 중국의 구매 목록에는 200억달러어치 항공기 주문도 포함됐다.
737맥스 사태로 비롯된 보잉의 부진은 미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잉은 미국 최대의 수출 업체로, 약 8,000개의 회사들이 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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