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44회 개최, 관람 인원 3만6160명… 2018년보다 5배 급증
지난해 5월 중순 서울 송파구 ‘서울책보고’. 독서로 평온한 주말을 보내던 시민들이 갑자기 등장한 패션 모델들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델들이 도서관 통로를 런웨이 삼아 활보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려한 패션쇼를 휴대폰에 담느라 부산하다. 예상 밖의 장소에서 벌어진 이색패션쇼는 잔잔한 일상의 신선한 충격으로 추억이 됐다.
패션쇼는 의상과 패션트렌드는 물론 무대장치까지 종합예술이란 점에서 많은 부수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서울 곳곳이 배경이 된다면 ‘패션도시 서울’을 각인시키는 금상첨화일 것이다. 서울시민들은 최근 주요 명소나 길거리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퍠션쇼를 부쩍 자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만 이런 패션쇼가 544회나 열렸다. 2018년 99회보다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람객은 3만6,160명으로 2018년보다 3배 뛰었다. 이름은 ‘서울365 패션쇼(이하 365패션쇼)’. 서울시가 시민에게 패션쇼 향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열린 주요 장소는 청계천 수상무대, 독립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미래로 등 시내 주요 지점과 덕수궁 돌담길처럼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였다. 올해는 매주 3일씩 서울광장ㆍDDP 일대 등 관광객과 시민이 자주 찾는 장소에서 ‘스트리트 패션쇼’를 진행해 호응의 울림이 더 커졌다. 서울365패션쇼 총괄기획 하혜정 주무관은 “서울을 찾는 많은 관광객과 더 많은 시민들이 서울의 명소 어디를 가도 패션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스트리트 패션쇼’를 고안했다”고 전했다.
365패션쇼의 또 다른 장점은 디자이너, 평론가 등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한 ‘그들만의’ 일반 패션쇼와 달리 피아노와 힙합 공연 등 다채로운 협연이 가미돼 시민들에게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디자이너의 참여는 초기 신진 위주에서 최정상급으로 외연이 확대됐다. 올해 남성복 패션의 정점인 이상봉 디자이너(반포한강공원 예빛섬), 김서룡 디자이너(서울책보고) 등이 무대를 빛냈다. 패션 꿈나무인 고교생, 대학생 패션쇼 개최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 육성의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다.
패션쇼 위상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면서 권오경(27), 선은지(27)로 대표되는 떠오르는 모델도 배출됐다. 권씨는 “모델 일을 원했는데 기회를 구하지 못하다가 서울365패션쇼 무대에 오르면서 소중한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선씨는 “5년간 프리랜서 모델을 병행했는데 쉽게 주어지지 않던 기회를 365패션쇼에서 발견했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365패션쇼로 인생의 호기를 잡은 두 사람은 모델 일에 주력하면서 영화 등 다른 분야까지 진출을 도모하는 중이다.
서울시의 올해 계획은 더 과감해졌다. 시립미술관 전시공간 등 ‘불허구역’이었던 곳에서 패션쇼 개최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장정호 패션정책팀장은 “365패션쇼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시민들이 더 쉽게, 더 자주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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