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던 ‘배드파더스’(Bad Fathersㆍ나쁜 아빠들) 사이트 운영진에게 15일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죠. 이날 판결을 받은 구본창씨는 “남녀가 헤어지는 것은 본인들 선택이지만 양육비는 아동의 권리”라며 “양육비는 반드시 지급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드파더스에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이 구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한 법정 다툼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구씨는 “미투 운동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미투 피해자에 대한 맞고소가) 문제가 됐는데, 이것도 같기 때문에 패소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씨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양육비 문제는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다. 아동의 생존권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의 개인적인 명예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된다”고 호소했는데요. 이 설명을 들은 배심원들은 전원 무죄 평결을 냈습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신상정보 공개의 위력도 드러났는데요. 구씨에 따르면 배드파더스에 신상정보가 올라간 사람은 총 400명 정도인데, 이 중 113명이 양육비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구씨의 말대로 “엄청난 효과”이기는 하지만 양육비 회피를 막는 법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겁니다. 구씨는 “양육비를 안 줘도 본인들에게 법적인 불이익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정지 법안을 상정했는데 경찰청에서 반대해서 법 통과가 안 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양육비를 받지 못한 아동은 1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남편이 아이까지 때릴 것 같아 갓난아기를 업고 도망 나온 후 양육비가 없어 고통 받은 사례, 아빠가 유명 로펌 변호사인데도 양육비를 안 줘서 엄마가 식당 아르바이트에 나가 아이가 방치된 사례 등이 있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부모를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을까요?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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