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업 566개사 718명
당장 3월 주총서 교체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법무부의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강행 방침에 국내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당초 1년 유예가 검토됐던 사외이사 임기 제한을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해 3월 주주총회부터 적용시켜야 한다는 부담에서다. 당장 3월 주주총회에서 700여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할 500여개 상장사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10일 사외이사 임기 제한 등을 신설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를 마쳤다. 개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공포될 예정으로, 공포한 날부터 즉각 시행된다.

개정안은 동일한 상장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할 수 없고 대기업집단에서 계열사를 바꿔 사외이사에 선임되더라도 총 9년까지만 재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 가능성 차단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다. 또 사외이사 결격사유 강화·신설, 이사·감사 후보자의 개인정보 공개범위 확대, 주주총회 직전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제공도 의무화했다.

법무부는 지난 해 9월 이런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교체하기 힘들다는 기업들의 요청에 규정 시행을 1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고 개정안 강행 방침에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주총을 앞둔 상장사에겐 ‘빨간불’도 들어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 해 10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임 제한에 따라 올해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해야 하는 비금융업은 566개사로, 사외이사의 규모는 718명에 달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주총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이 494개사에, 615명이나 된다.

재계에선 고객들로부터 예금이나 투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대출해주거나 투자해 수익을 내는 금융업이 아닌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비금융업까지 사외이사 연임을 제한하는 건 지나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사외이사는 견제 기능 뿐만 아니라 기업미래 비전에 대해 조언하고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역할도 한다”며 “사외이사 선임은 기업 내부 경영에 관한 사안으로 스스로 판단할 문제인데, 모든 사외이사에 대해 획일적으로 연임을 금지시키는 건 외국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시대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무부에선 주총 소집 전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선 1년 유예로 결정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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