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모테기 샌프란시스코 회담
한일 양국 외교장관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로 불거진 양국관계 갈등을 풀어낼 해법을 논의했으나 당장의 묘수는 찾지 못했다.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동력은 유지했지만,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이렇다 할 전향적 태도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 포시즌스 호텔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 강제동원과 북핵문제 양국 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담은 한미,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모인 두 나라 장관이 대화 동력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데 따라 이뤄졌다. 두 장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회동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이후 한일 갈등을 풀어낼 외교적 실마리를 양국이 함께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조속히 철회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재차 일본 측에 전달함과 동시에 수출 당국 간 대화를 가속해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도록 할 것을 일본 측에 촉구했다.
강 장관의 발언을 들은 모테기 외무상은 기존 일본 측의 입장을 언급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와 관련,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동원 배상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책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고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양국 간 공감대는 확인했으나, 강제동원 문제를 둔 입장 차는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두 장관은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양국 간 노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한일은 물론 한ㆍ미ㆍ일 간 협력도 지속해 가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두 장관은 회담 말미 모든 배석자를 물리친 뒤 모테기 외무상과 단독으로 나란히 앉아 5분 남짓 독대했다고 한다. 외교 회담에서 두 나라 외교 당국 수장 간 단독회담은 종종 있는 일이다. 다만 강제동원 판결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의 파고가 점차 높아지는 현재 흐름을 전환시킬 수 있는 모종의 방안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강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동정세와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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