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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이어지는 칠레 시위,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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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째 이어지는 칠레 시위, 끝이 안 보인다

입력
2020.0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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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사회, 신음하는 지구촌] 개혁 정책 내놓아도 국민들은 냉담

“시위대에 가한 정부 폭력 먼저 필벌해야”

지난해 11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극도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성난 칠레 국민들이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교민 박수향씨 제공.
지난해 11월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극도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성난 칠레 국민들이 불을 지르며 시위하고 있다. 교민 박수향씨 제공.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칠레 시위는 해를 넘겨서도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매일 바케다노 광장(이탈리아 광장) 인근에서 시위가 진행되고 매주 금요일이면 시위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현지 시민들의 얘기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부는 분노한 국민들을 달래려 지금까지 많은 개혁안, 개선 조치를 내놓았지만 국민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피녜라 대통령의 인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15일 현지 여론조사기관 카뎀이 최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로, 이 기관이 조사한 역대 대통령 지지율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그에 대한 거부감은 82%에 달한다.

피녜라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조치들은 외견상 다채롭다. 우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1980년 개정돼 지금까지 이어온 칠레 헌법은 신자유주의를 적극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였다. 도로, 공공시설, 병원, 학교, 연금산업에 대한 민영화 작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금은 이런 분야에서의 정부 책임을 강화하는 개헌 작업이 진행 중이며 오는 4월 26일 개정 찬반 투표가 예정돼 있다. 헌법 개정은 독재정권의 유산을 폐지하는 적폐청산 작업이지만, 세부사항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피녜라 정부는 또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의원, 장관, 주지사 등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의 임금을 50% 깎는 대신 최저임금을 30만1,000페소(한화 약 48만원)에서 35만페소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아울러 국영의료보험 포나사(FONASA)의 보장성을 높이고 병원 대기 시간을 줄이는 한편, 연금 수령액을 높이겠다며 국민들의 불만이 가장 높은 의료, 연금 대책도 발표했다.

그럼에도 칠레 국민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시위 사태로 정권이 무너질 위기인데도 피녜라 대통령의 조치들이 불신을 해소하는데 충분치 않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라며 “내놓은 조치들이 지켜질지에 대한 신뢰 역시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개헌이 결정되는 4월 말까지는 시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개헌이 불발될 경우 그 끝은 알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시위대를 향한 국가 폭력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부분이다. 칠레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소 27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3,000명 안팎에 달하는데 이 중에는 특히 경찰이 발포한 고무총탄에 따른 부상자만도 최소 964명에 달한다. 시위 진압, 수사 과정에서 공권력이 고문, 강간, 무차별 폭력을 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는 얘기다. 카를로스 고메즈 산티아고대 교수는 “칠레에서 공권력으로 인한 사망, 인권침해, 부상자들의 숫자가 엄청난데 정부는 그 숫자를 가리고 있다”며 “국민을 향한 공권력의 폭력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우선돼야 그나마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티아고=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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