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수사권 조정, 옳은 방향인지 의문” 사의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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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수사권 조정, 옳은 방향인지 의문” 사의 표명

입력
2020.01.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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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뉴스1

진보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오랫동안 공익법 활동을 해온 양홍석 공익법센터 소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옳은 방향이냐”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참여연대 찬성 입장이 본인 입장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사실상 뒷받침해온 참여연대 핵심인사의 반발 사임은 진보진영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양 소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여연대의 형사사법에 대한 입장,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관한 입장이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며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에 관한 의견 차이는 그냥 덮고 넘어갈 정도는 이미 넘어섰고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참여연대에서 직을 맡는 게 부적절해 그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 등이 핵심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검찰 권한 일부를 경찰에 이전하는 게 골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포함해 검찰개혁 법안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해당 법안 통과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이에 참여연대는 14일 논평을 내고 “검찰이 사실상 독점하던 권한을 나눴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권 조정의 의미는 작지 않다”며 “미흡하나마 검찰개혁과 관련한 제도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페이스북 캡쳐.

하지만 양 소장은 페이스북에 “경찰수사의 자율성, 책임성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해도,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시점, 관여범위, 관여방법을 제한한 것은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부당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한쪽 날개를 스스로 꺾어 버린 새는 더 이상 날 수 없겠지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날갯짓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08년부터 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양 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운동 위헌소송, 통신자료 관련 소송, 통신심의 관련 소송, 명예훼손죄 위헌소송 등 표현의 자유 관련 형사 소송을 비롯해 촛불집회 금지통고 집행정지사건 등 10년 이상 참여연대에서 공익법 활동을 해왔다.

다음은 양 소장이 올린 페이스북 전문.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형사사법/참여연대 공익법센터

1996년에 법대에 입학해서 몇 년 놀다가 대략 2000년부터 법학공부를 제대로 시작했으니 그래도 20년간 법을 가까이 하고 산 셈인데, 아마 2001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차용석 교수님의 형법, 형사소송법 강의를 들으면서 형사법에 관심을 둔 이래 지금까지 형사법은 나의 제1관심사였다.

공익법무관, 국선전담변호사를 거쳐서 사무실을 열어 일을 한 이래 부침은 있었지만 꽤나 형사사건을 많이 처리해왔고, 드문드문 무죄판결도 받았고 대법원 파기환송판결, 헌재 헌법불합치결정, 기소유예취소결정도 더러 받았다. 국민참여재판에서도 무죄판결을 여럿 받았고, 재심사건, 재정신청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형사법은 나의 주요한 밥벌이 수단이기도 하고, 학부 때부터 관심의 대상이기도 해서 나름 고민도 많이 하고, 전업학자만은 못하겠지만 국내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은 대체로 찾아서 읽고 나에게 올 다음 사건을 좀더 잘 처리할 소재로 삼아왔다.

어느 것이 옳다는 확신까지는 없다고 해도, 그동안의 관심, 경험, 공부가 합쳐지다보니 의도치 않게 나름의 소견도 생겼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이 개정되었다.

그 개정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다.

경찰수사의 자율성, 책임성을 지금보다 더 보장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고 해도, 수사절차에서 검찰의 관여시점, 관여범위, 관여방법을 제한한 것은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측면에서 부당하다.

참여연대를 처음 접한 것은 1996년 종로경찰서 앞에 갔다가 맡은편 건물에 참여연대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대학교 4학년 때 법사회학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출강나온 교수님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활동을 하고 있어서 공익법센터의 활동에도 2001년쯤부터 관심을 가졌다. 2003년 1차 시험에 합격한 후 학교에서 약간의 장학금을 받으면서부터 1만원 후원을 했었고, 2008년에 서울로 올라오면서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그 후 SNS선거운동 위헌소송, 통신자료 관련 소송, 통신심의 관련 소송, 명예훼손죄 위헌소송, 각종 표현의 자유 관련 형사소송을 비롯해 촛불집회금지통고 집행정지사건, 최근 전합에서 승소한 백년전쟁사건, 헌법불합치를 받았던 통비법사건 등등 나름 의미있는 사건을 즐겁게 했었다. 공익법무관을 마친 후 10년 동안 변호사생활의 대략 1/3 정도는 공익법센터 일을 하는데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를 빼고 나의 변호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늘 공익법센터 소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원래 내가 맡기에는 과분한 자리였고, 맡고나서도 별로 한 역할이 없어서 늘 부담이었다.

특히 참여연대의 형사사법에 대한 입장,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에 관한 입장이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에 관한 의견 차이는 그냥 덮고 넘어갈 정도는 이미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참여연대에서 직을 맡는 것이 부적절해서 그만하기로 했다.

한쪽 날개를 스스로 꺾어 버린 새는 더이상 날 수 없겠지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날개짓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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