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일(吉日)을 중시하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오는 2월 2일이 ‘결혼하기 좋은 날’로 각광받고 있다. 이날을 연도까지 한꺼번에 표기하면 ‘20200202’로 앞으로 읽든 뒤로 읽든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날이 관공서가 쉬는 일요일이라는 점인데, 예비 신부와 예비 신랑의 뜨거운 관심에 주말 근무를 자처하는 지역 관공서들까지 생기고 있다.
14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등은 결혼을 앞둔 중국 젊은이들이 이날 결혼하거나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날짜 자체도 앞뒤가 같아 특별한데다, 올해 연도인 ‘2020’가 중국 발음으로 ‘얼링얼링’인 것도 관심을 모은다. ‘사랑해 사랑해(爱你爱你ㆍ아이니 아이니)’라는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본래 이날은 관공서가 문을 닫는 일요일이지만, 젊은이들의 열렬한 관심에 시안·우한·정저우 등 12개 도시에서는 2월 2일에 문을 열고 혼인신고를 받겠다고 나섰다. 허난성 주마뎬시의 한 민사국(주민센터) 직원은 중국 국영매체 더페이퍼닷씨엔(thepaper.com)에 “평소 주말 근무 직원은 2명뿐이지만, 최근 2월 2일에 문을 여는지 문의하는 분이 훨씬 많아졌다. 그날 추가 근무를 하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예비신부인 류예(26)씨는 차이나데일리에 “고향인 허베이성 바오딩시 민사국이 만약 문을 연다면 2월 2일에 결혼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 중”이라면서 “결혼식은 매우 중요한 의례고 특별한 날짜는 그날의 의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사람들이 발렌타인데이, 즉 5월 20일에 다들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중국어로 ‘520’의 발음은 ‘우얼링’으로 ‘사랑해(我爱你ㆍ워아이니)’의 발음과 비슷하다.
물론 이 같은 ‘20200202’ 혼인신고 열풍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오는 3월 남자친구와 결혼할 계획인 첸 리나씨는 “나는 일 년 중 어느 날보다 더 좋은 ‘마법의 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나와 남자친구에게 특별한 날, 예를 들어 생일이나 우리의 첫 데이트 날, 첫 키스를 한 날 등에 결혼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첸씨는 “결혼 날짜를 정하는 건 퍼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당신의 일정에 맞는 날과 당신의 배우자의 일정에 맞는 날을 찾아야 하는 데다, 계절이나 예산, 예식장 상황 등의 여건도 다 고려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09년 9월 9일에도 혼인신고를 하려는 커플들로 중국 전역이 북새통을 이룬 적이 있다. 숫자 9(九)의 발음이 한자 ‘오랠 구’(久)와 비슷해 이날 결혼하면 백년해로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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