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조국 고초” 등 기자회견 “수사ㆍ재판 가이드라인 작용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는 발언을 하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로 사회가 두 쪽으로 갈린 심각한 파장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 중 조 전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고 했다. “검찰개혁에 기여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조 전 장관의 성과를 언급했고,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조 전 장관은 좀 놓아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이런 발언에 정권 지지층에 해당하는 일부 청년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한 대학원에 재학 중인 최모(27)씨는 “조 전 장관은 본인의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인데, 그것을 보고 ‘고초를 겪었다’고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고 했다. 사회 초년생인 채모(24)씨도 “회사에서 자기 식구 감싸는 걸 보면 답답했었는데 이젠 국가 차원에서 그러는 것 같아 더 큰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유무죄를 재판 결과에 맡기자’는 언급이 수사와 재판의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고려대 ‘고파스’ 등 젊은이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기자회견 뒤 ‘조로남불(조 전 장관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적반하장’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시민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진보성향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갚으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적었다. 또 전날 청와대가 ‘검찰이 조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저지른 인권침해를 국가인권위가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인권위에 송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인권위 독립성에 관한 어록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었다면 격노하고도 남았을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조 전 장관 가족 인권침해 관련 공문을 청와대로 반송했다. 인권위는 “청와대가 착오로 송부된 것이라고 알려와 반송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인권침해 여부를 자체 판단해 필요시 직권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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