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직제에 없는 별도 수사단 구성도 사실상 불허함에 따라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수사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지만, 집권 하반기에 들어서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아예 봉쇄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따르면 그 동안 4개 부서로 운영됐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옛 특수부)는 2개 부서로 축소되고, 3ㆍ4부는 각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된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반부패수사부의 검사 정원을 5명(부장 제외) 이내로 제한하고 불가피하게 파견 등의 방식으로 증원하더라도 소속검사 인원의 2분의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령 마련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계획에 따라 직제개편안을 비롯한 법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서울중앙지검에서 직접 수사를 하는 검사 인력은 2개 부서 10여명으로 대폭 축소된다. 적폐수사가 한창이던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부부장 이하급 검사가 43명(파견 포함)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의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별도의 수사단을 구성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법무부는 검찰이 특별수사단 등 비직제 수사부서를 설치해 운영할 경우 법무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검찰근무규칙’을 조만간 개정ㆍ시행할 예정이다. 총장의 판단에 따른 수사단ㆍ수사팀 설치는 ‘예외적으로 시급하고 불가피한 때’로 한정하고 이 경우에도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규칙은 법무부령이어서 국무회의 조차 필요 없다.
법무부 계획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 능력이 극도로 제한된다. 사실상 대규모 사건은 착수가 불가능해진다. 검찰이 ‘범죄 소지가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직접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장관의 허락 없이 동원할 수 있는 검사가 많아야 10명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서초동 변호사는 “국정농단이나 조국 장관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개 부서가 모두 투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앞으로는 대규모 사건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의 계획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통제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4~5명을 데리고 어떻게 대기업 비리를 수사하냐”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도 더는 불가능한 구조”고 지적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결국 수사 착수를 사전에 보고받겠다는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독소조항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에서 부장검사 승진 대상 검사들에게 “우리도 바꿀 것은 많이 바꿔나가야 한다”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되고, 검사에게 소추 권한이 있다는 게 형사사법 체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환경 변화를 두고 불필요한 갈등을 벌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문 대통령의 평소 지론인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수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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