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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톨이 20년 상담 전문가 “반사회적 일탈로 이어질 거라는 편견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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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톨이 20년 상담 전문가 “반사회적 일탈로 이어질 거라는 편견부터 버려야”

입력
2020.01.1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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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 인터뷰

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남정신과의원에서 본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남정신과의원에서 본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여인중 동남정신과의원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히는 은둔형 외톨이(은톨이) 전문가다. 은톨이 개념조차 없던 20년 전 처음 은톨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도 여 원장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직접 만난 은톨이만 120명이 넘는다. 그는 10일 서울 종로구 동남정신과의원에서 본보와 만나 “1인 세대가 증가하고 생활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방안에 틀어박혀 있다고 해서 손가락질부터 하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은톨이가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편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언제 처음 한국에서 은톨이 현상을 발견했나.

“1999년이다. 당시 정신과에 찾아온 환자들을 상담할 때 어느 병으로도 진단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있었다. 처음엔 방에만 있다고 해서 ‘방콕’족으로 학회에 보고했다. 알고 보니 일본에 이미 ‘히키코모리’(‘틀어박히다’를 뜻하는 일본어 동사에서 파생된 말)라는 개념이 있더라. 그때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은톨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은톨이 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힘들어 한다.

“부모는 아이의 ‘현상’만 본다. 갑자기 방 안에서 아이가 안 나오면 ‘게으르다’고 생각해 막 잔소리만 한다. 서로 싸우게 되고 아이는 방 밖으로 나오길 더 거부한다. 한 번은 어떤 부모가 ‘애가 방에 틀어박혀서 씻지도 않고 돼지 우리처럼 해놓고 산다’고 해서 방문 상담을 간 적 있다. 실제 보니 나름 청소도 하고 최소한 자기 앞가림은 하고 있더라. 상담해 보면 정작 부모들이 더 조급해 한다. 아이들도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결국 스스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부모는 아이에게 ‘내가 널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만 주면 언젠간 나온다”

-은톨이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광장 문화’가 자리잡은 서양에서도 은톨이 현상은 발견됐다. 처음 은톨이 현상을 발견했을 때 이런 환자를 본 적 있는지 유럽 학회 등에 편지를 보냈는데 비슷한 케이스들이 더러 있었다. 다만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다. ‘촌락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선 은톨이 케이스가 더 많이 발견되긴 한다. 다만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한국의 은톨이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해결 방식에 차이가 있다. ‘합숙’ 문화가 자리 잡은 일본에선 기숙시설에 입소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지만 한국에선 되레 반감을 살 가능성이 더 크다. 감옥에 가두는 교정 방식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뭔가.

“3가지 단계가 있다. 1단계가 알 깨고 나오기, 2단계가 공동 생활 훈련, 3단계가 사회 복귀다. 이중 방 밖으로 나오는 1단계가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렵다. 20년 동안 시도 안 해본 게 없는데, 결론은 ‘은톨이 서포터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각 지역에 10명 정도의 현장 전문 상담가 집단을 만들고 꾸준히 찾아가 은톨이를 방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지역 정신보건센터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중간에 상담자가 바뀌거나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몇 개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인 만큼 서포터즈에 대한 교육과 꾸준한 투자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은톨이의 완전한 사회 복귀가 가능한가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1인 가구도 늘었고, 과거처럼 조직 사회도 아니다. 틀을 깰 때가 왔다. 시대를 앞서 30년 먼저 집 안에 틀어박힌 것 아닌가. 첫 번째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고, 두 번째 경제적 생산성을 갖추고 있다면 이 또한 사회 복귀로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상담했던 학생 중 지금도 방 안에 틀어박혀 사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대신 이 친구는 정교한 프라모델 모형을 제작해 판다.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 성공한 셈인데, 이 친구는 이런 생활에 너무나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방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 친구가 오히려 정보화 시대의 ‘프론티어’ 아닐까. 은톨이라고 손가락질하고 폄하하는 건 옳지 않다. 새로운 생활 방식일 뿐이다. 물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부모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게 먼저다.”

-은톨이가 반사회적 범죄로 이어지는 거 아니냔 우려도 있다.

“은톨이가 범죄로 이어질 확률을 희박하다. 게다가 이들이 일으키는 범죄는 반사회적 범죄가 아니라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비사회적 범죄다. 일본은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유교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한국에선 가능성이 낮다. 은톨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분명히 잘못됐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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