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야당 인사 입각 노력할 것”… 한국당 “날치기 하고선 협치 운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총선이 지나고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하겠다”며 ‘협치 내각’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또 한 번의 제안으로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협치 내각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한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의 건의를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협치야말로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며 이 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이 ‘협치 내각’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 이종훈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과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각각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입각을 제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야당 인사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레임덕이 불거지는 임기 후반부에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선 야당 협조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이라 성사 가능성은 낮다. 야당 인사 입각을 제안한 쪽은 ‘야당 분열 공작’이라는 오해를, 수긍한 쪽은 같은 진영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 무산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개헌 추진 동력을 되살리는 것은 국회 몫이 됐다”며 “대통령이 개헌의 추진동력을 갖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목표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토지공개념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 반발로 국회 표결(송부 이후 60일 이내ㆍ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무산되면서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치권이 앞장서서 분열을 조장하는데, 다음 총선을 통해서 그런 정치문화가 달라지길 바란다”고 여러 차례 발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4ㆍ15 총선을 앞두고 ‘야당심판론’을 공개적으로 띄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말로는 민생경제가 어렵다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일하지 않는 국회’는 안 된다”는 발언이 사실상 한국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었다.
반대로 여권 인사들에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책임총리 역할론에 대한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정세균 신임 총리와 권력 분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이낙연 전 총리에게도 책임총리라는 카테고리와 별개로 외교도 분담하도록 순방 기회를 드렸다”며 “대통령 전용기도 보내 드리고 매주 총리를 만나 국정운영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총리 임기를 마치고 총선에 도전하는 이 전 총리를 의도적으로 띄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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