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기대주 유영(16ㆍ과천중)이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을 앞세워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동계유스(청소년)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영은 14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20년 로잔 동계유스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0.49점을 받았다. 12일 쇼트프로그램 점수 73.51점을 합해 총 214.00점을 기록한 유영은 러시아의 크세니아 시니치나(200.03점), 안나 플로로바(187.72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2012년 막을 올린 이 대회에서 한국 피겨 선수가 메달을 따낸 건 유영이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로도 최초다. 앞선 두 대회에서는 모두 러시아 선수가 정상에 올랐다.
이날 유영은 무결점 연기로 기술점수(TES) 73.11점, 예술점수(PCS) 67.38점을 획득했다. 특히 대회 규정상 쇼트프로그램에서 뛸 수 없었던 트리플 악셀을 실수 없이 소화하며 순조롭게 연기를 펼쳤다. 트리플 악셀은 여자 선수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점프로 꼽힌다. 착지할 때 많이 넘어지는 등 성공 확률이 낮고, 부상 위험도 높아 시도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피겨 퀸’ 김연아 또한 현역 시절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하지만 유영은 트리플 악셀로 승부수를 던졌다. 만 11세였던 2015년부터 트리플 악셀을 연마했고, 남자 선수들에게도 고난도 기술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 훈련까지 했다. 실전에서 수없이 실패를 반복하고도 트리플 악셀을 고집한 유영의 집념은 2019~20시즌 빛을 보기 시작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완벽하지 않았지만 트리플 악셀 기술로 동메달 1개를 획득했고, 지난 5일 국내 종합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선 깔끔하게 뛰었다. 그리고 동계유스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트리플 더블을 성공시키며 피겨 강국 러시아 선수들을 따돌렸다.
유영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솔직히 경기 전에는 다소 긴장했다”며 “대회가 아니라 연습이라 생각하려고 노력했는데, 이게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 매우 기뻤다”며 “결과가 좋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유영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 피겨계는 ‘점프 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여자 싱글 선수들의 수준도 높아져 트리플 악셀은 물론 쿼드러플 점프를 안정적으로 뛰는 선수들도 등장했다. 유영은 “가능하다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쿼드(4회전) 점프를 뛰는 게 목표”라며 “베이징 때 클린 연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79개국에서 15~18세 선수들이 출전하는 동계유스올림픽 일정을 마친 유영은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와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격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