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2000년간 단일민족’을 주장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홋카이도(北海道) 등에서 아이누족이 일본민족보다 먼저 정착했다며 실체를 인정한 일본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는 국수주의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가 서둘러 사과했지만 ‘막말 제조기’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아사히(朝日)신문 등은 14일 아소 부총리가 전날 후쿠오카(福岡)현에서 열린 국정보고회에서 “2000년에 걸쳐 하나의 언어, 하나의 민족, 하나의 왕조가 이어진 나라는 여기(일본)밖에 없으니 좋은 나라”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아이누족에 대한 차별 금지와 지원책 등을 담아 지난해 5월부터 시행중인 ‘아이누시책추진법’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은 지난해 럭비 월드컵에서 여러 국적의 선수들이 하나로 뭉친 일본 대표팀의 활약을 언급하면서 나왔다.
발언 직후부터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아소 부총리는 곧바로 “정부의 정책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오해가 생겼다면 사과하고 정정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총무장관 때인 2005년에도 “하나의 문화, 하나의 문명, 하나의 언어를 가진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고 했다가 홋카이도 아이누협회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소 부총리의 2000년 단일민족 발언은 역사적으로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퇴임한 아키히토(明仁) 상왕은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막말 제조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평소에도 설화(舌禍)가 잦다. 대학 교원 등으로 구성된 ‘공적 발언에서 젠더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이 지난해 정치인들의 성차별 발언 8개를 선정해 인터넷투표를 실시해 1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34.1%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저출산ㆍ고령화와 관련해 “노인이 나쁜 것처럼 말하는 이상한 이들이 많지만 잘못됐다”며 “아이를 낳지 않은 쪽이 문제”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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