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지난 8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기 수 시간 전 관련 정보를 미리 입수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13일 밝혔다. 이란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기지의 모습도 언론에 공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군은 미국 취재진을 이라크 안바르주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초청, 피격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7일 밤 11시쯤 앙투아네트 체이스 비상대응팀장(중령)은 알아사드 기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에 따라 기지 내 미군들에게 이동 중단을 명령했다. 이어 11시30분쯤 지하 벙커로 전원 대피하라고 지시했다. 8일 오전 1시35분 첫 번째 미사일이 기지에 떨어졌고, 이후 15~30분 간격으로 2시간동안 공격이 계속됐다.
미군은 조기 경보시스템 덕분에 미사일 공격을 미리 통보 받아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군 대변인은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전날 오후 11시30분쯤 장병을 대피시킨 것은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이 무엇인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가리켰기 때문”이라며 “당시 들었던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기지 곳곳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고 임시 건물과 군용 차량이 처참하게 파손돼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사일 공격이 시차를 두고 이뤄져 호기심 많은 병사가 첫 피격 뒤 피해 상황을 살피려고 벙커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두 번째 미사일이 폭발해 얼굴에 잔해를 뒤집어썼다는 후일담도 소개됐다. 체이스 중령은 “모두가 살아남아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장 지휘관들을 인용,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대규모 인명 살상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팀 갤런드 중령은 신문에 “가능한 많은 사상자를 내려고 계획ㆍ조직된 공격”이라고 했고, 스테이시 콜먼 중령도 “사망자가 없었던 건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상자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미군의 발빠른 대처와 운 덕분에 생명을 구했다는 주장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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