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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공유자전거인 ‘따릉이’를 시민이 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차에서 페트병에 소변을 봐야 했다. 화장실에 갈 틈조차 낼 수 없어서다. 2분 이상 운전석을 비우면 경고음이 울렸다. 배달원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을 실시간으로 회사에 보내는 개인정보단말기는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개봉된 영화 ‘미안해요, 리키’에서 주인공의 모습이다.

리키는 택배원이다. 공유플랫폼 업체에 1인 사업자로 등록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는 배달 간 집에 사람이 없으면 ‘Sorry, We Missed You’란 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문에 붙인다. ‘당신을 놓쳐 미안하다’는 고객에 대한 사과다. 하지만 우리가 놓친 건 리키, 그의 열악한 노동 현장이 아닐까. ‘공유플랫폼’이라는 언뜻 들으면 따뜻해 보이는 일터에서 정작 택배원의 인간 존엄성은 짓밟혔다.

공유(共有), 함께 나눈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무턱대고 공유했다가는 탈 나기 십상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는 지난해 택시업계 갈등을 촉발했다. 어떻게 공유하고, 공유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과정이 불투명하고 합의가 생략된 공유는 ‘나쁜 공유’다. 그래서 공유는 쉬 쓰여서는 안 된다.

‘두 얼굴’을 한 공유를 자주 호명하는 곳이 있다. 서울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연초부터 ‘부동산 국민 공유제’ 도입의 중요성을 잇달아 공론화했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불로소득과 부동산 개발 이익을 거둬 기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려 개인에게 제공한다는 박 시장의 구상이다.

박 시장이 8년 동안 이끈 시의 정책 화두는 공유였다.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비롯해 공유 자동차 ‘나눔카’ 등 공유 정책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따릉이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시민들이 가장 공감하는 정책으로 꼽았다.

그런데 시의 공유도시 정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정책들에 헛헛함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릉이가 3년 동안 시를 대표하는 사업으로 주목받은 건 뒤집어 생각하면 시가 시민들에 깊은 인상을 남긴 사업이 그만큼 없었다는 뜻이다. 자전거 공유로 시민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고, 달라질 수 있을까.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로제 도입 등 전임 시장들이 바꾼 시의 풍경이나 삶의 방식과 비교하면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국민 공유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잖다. 부동산 불로소득 즉 세금으로 기금을 만들어 정책을 펴려면 정부의 동의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 조례만 바꿔 불로소득을 공유기금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부동산 국민 공유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시 일각에선 박 시장이 신년사로 부동산 국민 공유제 언급을 할 줄 몰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에서 채 무르익지 않은 주택 정책으로 관계 당국은 물론 시장까지 들썩였다. 시가 실체 없이 붕붕 떠다니는 ‘공유’란 언어로 불러일으킨 혼돈이다. ‘어떻게’가 빠진 공유는 들뜬 수사에 불과하다.

더구나 단순히 나누기만 해서는 공유의 상호성을 느끼기 어렵다. 진정한 공유엔 교류가 필요하다. 따릉이를 타고 누군가와 교류한다고 느끼는 시민은 많지 않을 게다. 불특정 다수의 매칭에 불과한 공유 정책은 소유에 대한 갈증만 키울 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 8월 발생한 따릉이의 고장 건수는 5만 1,658건에 달했다. 상호성을 느끼지 못하는 공유엔 누군가의 책임이 덜 따르기 마련이다. 셰어(Share)를 넘어선 함께 만들고 나누는 커먼(Common)정책과 서비스의 확대, 시가 공유를 시민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양승준 지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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